儒林(637)-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0)

儒林(637)-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0)

입력 2006-06-30 00:00
수정 2006-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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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0)


두보의 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더라.”

순간 퇴계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갑자기 부질없는 행위를 하였다는 지난날의 회한 때문이었다. 허락된다면 두향이가 보내온 치마폭을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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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향은 편지에서 ‘소첩이 보낸 옥매를 잘 받았다는 표시로 일필하여 보내 달라.’고 간곡히 청하지 않았던가.‘하오면 나으리께서 살아 계오신 체취와 훈향을 맡을 수 있어 안심할 것이다.’라고 애원하지 않았던가.

그날 밤.

망설이던 퇴계는 마침내 두향이가 보내온 치마폭에 단시를 써 내린다.

“相看一笑天應許 有待不來春欲去”

두향이를 위해 쓴 퇴계의 문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서로 보고 한번 웃은 것

하늘이 허락한 것이었네.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봄날은 다 가려고 하는구나.”

퇴계가 쓴 그 구절은 논어에 나오는 ‘낙연후소(樂然後笑)’란 문장에서 인용하여 온 것이었다.‘유가귀감(儒家龜鑑)’으로 전해 내려오는 그 문장의 뜻은 다음과 같다.

“옛날 현인은 때가 된 후에 말하여 사람들이 그의 말을 싫어하지 않았고, 즐거운 일이 있은 후에 웃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웃음을 싫어하지 않았고, 옳은 의리가 있은 후에 취한지라 그 취함을 싫어하지 않았다.(古賢時然後言 人不厭其言 樂然後笑 人不厭其笑 義然後取 人不厭其取)”

즉 두향이와의 사랑을 ‘즐거운 일이 있은 후에 서로 보고 한번 웃은 것(相看一笑)’이므로 옛날 현인들의 일로서도 거리낄 것도 없고, 하늘의 뜻과도 어긋나지 않은 하늘이 허락한 것. 얼핏 보면 사사로운 것 같지만 하늘, 즉 천명이 허락한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문장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이지만 그로부터 2년 후.

퇴계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두향은 강선대 위에서 몸을 던져 남한강 푸른 물에 낙화하여 죽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때 두향은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리고 물속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두향이가 얼굴을 가렸던 치마는 퇴계가 두향에게 이별의 정표로 준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두향이가 뛰어들었던 남한강은 워낙 물살이 급한 천탄(淺灘)이라 두향의 몸은 사흘 만에 강물 위에 떠올랐다고 한다. 떠오른 두향의 몸은 아마도 퇴계가 써준 전별시가 마지막으로 감싸고 있었을 것이다.
2006-06-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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