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28)-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1)

儒林(628)-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1)

입력 2006-06-19 00:00
수정 200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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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1)


강선대(降仙臺).

문자 그대로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 바위.

노인의 입에서 강선대란 말이 나오자 시종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퇴계의 주름진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단양 제일의 절경 옥순봉(玉筍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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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푸른 암석봉 천여척이 죽순모양으로 우뚝 솟아올라 신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 단양팔경의 제1경. 특히 단양의 풍광을 사랑하여 ‘단양산수기’란 기행문을 쓴 퇴계는 다음과 같이 옥순봉을 노래하고 있다.

“구담봉에서 여울을 거슬러나가다가 남쪽언덕을 따라가면 절벽아래에 이른다. 그 위에 여러 봉우리가 깎은 듯이 서있는데, 높이가 가히 천길 백길이 되는 죽순과 같은 바위가 솟아있어 하늘을 버티고 있다. 그 빛이 혹은 푸르고 혹은 희어 푸른 등나무 같은 고목이 아득하게 침침하여 우러러 볼 수는 있어도 만져볼 수는 없다. 이름을 죽순봉이라 이름 지은 것도 그 모양 때문이다.”

불과 9개월의 짧은 재임기간이었지만 ‘희고 푸른 암벽이 비온 뒤에 죽순처럼 솟은 것 같다’하여 퇴계가 직접 이름 지어 부른 옥순봉. 그 옥순봉이 마주보이는 적성산 기슭에 있는 넓은 바위 강선대. 그 강선대야말로 퇴계와 두향이가 함께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타며 신선처럼 놀던 사랑의 바위가 아니었던가.

강선대가 굽어보이는 곳에 초막을 짓고 종신수절하고 있는 두향. 그 두향이가 오매불망하여 20여 년 동안 키운 매화꽃을 상사의 정표로 퇴계에게 보내 온 것이었다.

“…조그만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홀로 수절하고 계시옵기에 쇤네도 그동안 어찌 지내시온지 통 몰랐사온데, 며칠 전 사람을 보내어 두향 아씨가 저를 찾으셨나이다. 뵈었더니 수고스럽지만 나으리께 이 분매를 전해 드려달라고 부탁하셨나이다. 쇤네 역시 나으리를 뵙고 싶은 마음 간절하던 차에 쾌히 승낙하고 이처럼 내쳐 달려왔나이다.”

“잘하셨네.”

퇴계는 짧게 대답하였다.

주로 노인 혼자 말하고 노인 혼자 대답하는 형식이었지만 퇴계는 귀 기울여 경청하고 있었다. 퇴계의 눈치를 살피던 노인은 그제서야 생각난 듯 걸망 속에서 다시 물건을 꺼내며 말하였다.

“그러고 나서 두향 아씨는 나으리께 분매와는 따로 다른 물건도 보내셨나이다. 아씨께오서는 나으리를 뵙지 못하면 분매만 전해드리고 오라고 말씀하시옵고, 혹여 친견하게 되면 따로 이 물건을 전해 드리라고 하셨사온대, 황공하게도 나으리께서 이 천한 쇤네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친히 맞아들여 주시매 두향 아씨로부터 받은 다른 물건을 전해 드리게 되었나이다.”

노인은 걸망에서 꺼낸 물건을 두 손으로 퇴계에게 바쳐 올렸다.

노인의 손에는 접은 편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안에 편지내용이 들어 있는 태봉투(苔封套)였다.

태봉투는 편지지인 주지(周紙)를 넣어 봉한 서통(書筒)으로 남이 볼 수 없고 오직 당사자만이 뜯어 읽어볼 수 있는 친전(親展)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2006-06-1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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