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드리머

[새영화] 드리머

조태성 기자
입력 2006-04-07 00:00
수정 2006-04-0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잔잔한, 말이 필요없는 다코타 패닝의 열연

다코타 패닝. 미국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낸 여배우라지만 어째 ‘계집애’나 ‘앞니 빠진 개오지’ 같은 단어들이 더 어울릴 것만 같다. 정신박약아 아빠와 함께 살려면 아빠보다 더 똑똑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학교 수업을 거부하던 딸 ‘루시’(영화 ‘아이 엠 샘’)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13일 개봉하는 영화 ‘드리머’(Dreamer)는 좀 더 자라 이제 12살이 된 다코타 패닝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사실 ‘드라마’로서는 그다지 볼품없다. 뛰어난 지혜가 있지만 고집불통인 할아버지 팝(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말의 모든 것을 알지만 아픈 기억 때문에 그 재능을 썩히고 있는 아버지 벤(커트 러셀), 피는 못 속인다고 그 밑에 자란 케일(다코타 패닝)은 말을 주체할 수 없이 좋아하는 꼬맹이다. 이들 가족은 돈많은 ‘물주’의 경주마를 관리해주면서 먹고 사는데, 이들 곁에는 매놀린과 한 때 기수였던 벨론처럼 순박한 ‘멕시칸’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이 관리하던 명마 ‘소냐도르’가 시합 중 다리가 부러진다. 제 아무리 명마라도 선수생활이 끝나면 밥만 축내는 애물단지. 물주는 당장 말을 죽이라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벤은 말을 집으로 데려오고, 케일은 이 명마에게 흠뻑 빠져든다. 궁둥이에 ‘메이드 인 할리우드’ 도장이 찍힌 이상, 이 정도 상황만 입력시키면 결말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돋보이는 건 잔잔한 연출과 연기다.(물론 너무 티나게 오버하는 대목도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다코타 패닝의 자연스러움은 물론, 커트 러셀의 묵묵함도 좋다. 한 예로 소냐도르 문제를 두고 케일과 다투던 벤은 우연히 딸의 학교에서 딸이 쓴 글을 발표하면서 케일을 이해한다. 이 장면, 어떻게 표현할까. 시골농장에서 말과 씨름하며 험하게 자란 사람답게, 볼록 나온 배를 티셔츠로 가리고 노안 때문에 안경을 코 끝에 건 채 우중충한 포즈로 서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로 쓱쓱 글을 읽어내려간다. 마침내 눈시울이 붉어지자 거칠어진 손마디로 머리를 북북 긁으며 붉어진 눈시울을 가린다. 그리고는 선생님에게 “이 글, 가져가도 되나요.”라는 말만 툭 던진다. 전체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6-04-07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