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개봉 태국영화 ‘시티즌 독’

9일개봉 태국영화 ‘시티즌 독’

황수정 기자
입력 2006-03-02 00:00
수정 2006-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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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의 통쾌하고 날쌘 액션 시퀀스로 태국영화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쯤에서 그 편견의 지평을 좀더 넓혀볼 일이다. 9일 개봉하는 ‘시티즌 독’(Citizen Dog)은 그림동화책을 넘길 때의 순진한 팬터지를 스크린으로 맛보게 하는 태국산 드라마이다.

‘검은 호랑이의 눈물’로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태국의 신인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 작품.

이 작품의 영화적 의미를 따지기 앞서 언급될 대목은, 동화 속에서 퍼낸 듯 완벽하게 다듬어진 예쁜 화면이다. 스크린 너머로 천연색 물감이 금방이라도 줄줄 흘러내릴 것처럼 색채미학이 압권이다.

특별한 인생의 목표가 없는 청년 팟(마하스무트 분야락)은 할머니와 가족을 뒤로 한 채 대도시 방콕으로 떠난다. 통조림 공장에서 손가락을 잘리는 우여곡절을 겪다 뜻모를 하얀 책 한권을 신줏단지처럼 안고 다니는 여자 진(상통 켓우통)을 만난다. 하지만 진과 가까워지는 일은 쉽지가 않다. 잭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아랑곳 없이 환경운동가 피터를 사랑하는 진은 플라스틱 추방운동을 벌이는 환경운동가로 거리로 나선다.

나른하게 순진한 동화로 포장됐으되 시종 사려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점은 영화의 미덕이다. 얼핏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한 듯하지만, 영화가 짚고 넘어가려는 이야기는 그 이상이다. 대도시의 소외된 노동자 계급을 우회상징한 제목이 그렇듯 영화에는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청년의 꿈과 좌절까지 에둘러 성찰하는 힘이 있다. 진의 집 앞에 만들어진 거대 플라스틱 산은 그 어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컴퓨터그래픽보다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묵직한 지구적 이슈를 로맨틱 드라마의 장르에 끌어안은 감독의 배짱이 새삼 놀랍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3-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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