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52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0)

儒林(52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0)

입력 2006-01-17 00:00
수정 200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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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0)


전해오는 야사에 의하면 이원수는 꼬박 사흘 낮 사흘 밤을 쉬지 않고 오백그루의 밤나무와 오백 개의 밤톨을 혼자서 심었다고 한다. 이원수는 기진맥진하여 쓰러졌으나 노추산은 이로부터 원효가 태어난 밤나무계곡, 즉 ‘율곡(栗谷)’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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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릉의 오죽헌 집에 탁발승 하나가 찾아들었다. 외할머니는 정성껏 담은 쌀 한 되를 가져다 바랑에 넣어다 주는 순간 그 스님이 1년 전에 찾아왔던 바로 그 스님이란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 스님께서는 작년에 오셨던 그 스님이 아니신가요.”

“그래, 밤나무는 모두 심으셨는가요.”

“스님의 말씀대로 더도 덜도 아닌 꼭 천 그루의 밤나무를 심었습니다. 지금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럼 이 아이의 아버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밤나무를 심은 파주의 노추산에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그 즉시 파주의 노추산을 찾아간다. 노추산에서는 이원수가 땀을 흘리며 밤나무를 가꾸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이원수가 스님을 쳐다본 순간 스님은 다짜고짜로 밤나무의 숫자를 세어보기 시작하였다.

“한 그루, 두 그루,….”

스님은 지팡이로 밤나무를 일일이 확인해 나가면서 숫자를 헤아리고 있었다.

“998,999,….”

하나하나 밤나무의 숫자를 헤아리던 스님의 지팡이는 마침내 땅위에서 멎어섰다.

“한 그루가 모자라는군요.”

한 그루가 모자란다는 말에 이원수는 깜짝 놀라며 다시 세어보았다. 그러나 과연 스님의 말대로 꼭 한 그루가 모자랐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히 오백그루의 밤나무 묘목과 오백 개의 밤톨을 심었는데, 한 그루가 부족하다니.

그러자 스님이 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이제 당신의 아이는 하늘의 것이요. 곧 하늘이 당신의 아이를 데리고 갈 것이요.”

그때였다. 낙심하던 이원수는 땅에 떨어진 낙엽을 헤치다 이제 막 땅을 뚫고 솟아나오는 새싹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여기도 있습니다.”

이원수는 소리쳐 말하였다.

“분명히 밤나무 새싹입니다.”

스님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말하였다.

“내가 졌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순간 스님은 호랑이로 변하여 울부짖으며 하늘을 박차고 사라졌다고 하는데, 어쨌든 이로부터 파주의 노추산은 밤나무가 많은 율곡리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한갓 야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율곡의 호는 이러한 야담의 본거지인 ‘율곡리’에서 따온 것이었으며, 실제로 원효가 태어난 곳이 율곡의 ‘사라수’ 아래였다고 삼국유사가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율곡이란 이름도 이처럼 원효와 깊은 인연을 가진 불교적 숙연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한 것이다.
2006-01-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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