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가 연출하고 희곡을 쓴 연극 두 편이 한꺼번에 영화화되었다. 직접 연출까지 맡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세트에 연극으로 내공을 다진 배우들이 출연해 촌철살인의 대사들을 뿜어낸다. 화면에서 보는 배우들의 농밀한 연기는 고급 화과자 상자를 연상시킨다. 어느 것부터 먹어야 할지 모를 화려한 생김생김에 달콤하고 강렬하기 이를 데 없지만 많이 먹으면 달다 못해 혀가 아릴 수도 있다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평생 연극을 했고 일상에서도 연기를 멈출 수 없는 권태로운 중년 여자의 이야기 ‘빙 줄리아’에서도 과잉된 에너지가 감지된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신파극 못지않은 1930년대 연극 무대에 남편과 젊은 애인이 동시에 신인 여배우에게 빠지는 통속극이 얽혀든다. 불행이 가중될수록 관객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지지만 이 노련한 여배우는 “극장만이 현실이다.”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냉정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을 완성한다.
●박수칠 때 떠나라
크레딧에 오른 주인공은 차승원과 신하균이지만 이 영화 출연 배우들의 면면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당대의 배우들이 총집결해 자신의 포스를 자랑하는 한바탕 굿 잔치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연극이 영화화됐으니 그에 대한 감독의 할 말도 많다. 카메오로 출연한 정재영의 익살맞은 모습을 볼 수 있는 삭제장면과 감독의 세심한 연기 지도, 리허설 장면 등을 부가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DTS를 지원하는 사운드는 순간순간 예리한 현장음을 재생하며 차승원이 코멘터리에서 칭찬해마지 않았던 OST의 미덕도 확인할 수 있다.
●빙 줄리아
아네트 배닝의 연기력에 대해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다. 단지 그 연기력이 단독으로 빛을 발할 만한 작품을 그동안 못 만났다는 게 문제였을 뿐이다. 세월을 고스란히 얼굴에 담아내면서 당당하게 주름을 드러낸 이 배우는 영화 속 줄리아와 묘한 일치감을 갖는다.
부가영상에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인터뷰와 메이킹 필름, 줄리아의 일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삭제장면이 실려 있다. 잘려나갈 거라고 예상 못했겠지만 삭제장면에서의 연기조차 기가 막히다. 평이한 화질에 사운드다. 그러나 극장에서의 공간감이나 박수 소리 등 서정적이고 입체적인 공간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