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하는 ‘골!’(Goal!)은 스크린의 모든 피사체를 활어처럼 펄펄 뛰게 만드는, 싱싱한 스포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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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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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
할리우드산(産)으로는 보기 드물었던 축구 소재의 드라마. 브라질 출신의 가난한 미국 이주민 청년 뮤네즈(쿠노 베커)는 타고난 스포츠 감각을 키워 프로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러나 가족에게 희생하며 사는 것이 남자의 도리라고 굳게 믿는 고지식한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해 번번이 좌절한다. 지리멸렬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뮤네즈 앞에 왕년의 축구선수이자 스카우트 담당인 글렌 포이(스테판 딜레인)가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급반전의 계기를 맞는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황금같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속도감 있는 카메라 워킹, 가속을 붙여가는 드라마 전개방식 등이 스포츠 드라마의 밀도를 높여주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감상포인트가 한정적이지 않은 드라마의 내용도 다양한 관객층을 포섭하기에 유리한 점이다. 불법체류 가족이 되어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이민사회의 그늘이 주인공을 통해 그려지는가 하면, 그 장애를 가족의 힘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은 드라마의 감수성을 풍성하게 일궈내는 부수효과를 냈다. 멀리서 뮤네즈의 성공을 기원하는 할머니와 어린 남동생,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남몰래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부정(父情) 등이 이 드라마를 ‘축구영화’로만 한정지을 수 없는 소재적 미덕이다. 도약과 질주, 함성이 쏟아지는 큰 동선의 스크린을 즐기고 싶다면, 무리없이 만족할 작품이다. 하지만 스포츠 영화의 고유정서인 ‘헝그리 정신’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허기가 질 수도 있겠다. 영화의 무게중심은 뮤네즈의 정상등극까지의 눈물겨운 우여곡절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이후’의 이야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명예와 돈, 세속적 욕망에 허우적거리는 뮤네즈에게 균형감각을 되찾아주는 건 결국 소박한 여자친구 로즈(애나 프리엘)와 가족의 사랑이다.
여성관객이라면 멕시코 출신의 ‘선굵은’ 신인배우 쿠노 베커와 조우하는 즐거움도 ‘덤’이다. 데이비드 베컴, 지네디 지단, 라울 곤살레스가 카메오 출연한다.‘저지 드레드’‘피닉스’‘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등을 연출한 대니 캐논 감독.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11-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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