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논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농부는 집안사람들에게 의기양양하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나는 매우 피곤하다. 내가 모가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왔다.’ 이 말을 들은 농부의 아들은 깜짝 놀라 급히 논으로 달려가 보니 벼들은 이미 바싹 말라 죽어 있었다.”
맹자는 송나라의 농부에 관한 일화를 예로 들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천하에는 벼 싹이 자라나도록 억지로 조장하지 않는 자가 적다. 유익함이 없다고 생각해서 (호연지기를)기르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자는 비유하자면 벼 씨를 뿌리고 김매지 않는 자이고,(호연지기를)억지로 조장하는 자는 벼 싹을 뽑아놓는 자이니, 이는 비단 유익하지 못한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해를 끼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맹자의 이 말에서 조장(助長)이란 고사성어가 나온 것.
문자대로 하면 ‘남을 돕는다.’는 뜻이지만 ‘억지로 힘을 가해 자라게 한다.’는 말로 겉으로는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해를 입히는 행위를 비유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맹자의 이 말에서 ‘잊어버리지도 말고 억지로 조장하지도 말라.’는 뜻의 ‘물망불조장(勿忘不助長)’의 문장이 나온 것.
주자(朱子)는 맹자의 핵심철학인 ‘호연지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해설을 내리고 있다.
“호연(浩然)이란 성대하게 유행하는 모양이다. 기란 바로 이른바 ‘몸에 가득 차 있다.’는 것으로서 원래는 스스로 호연하되 수양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오직 맹자는 이것을 잘 길러 그 본래 상태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언(知言)을 하면 도의에 밝아서 천하의 일에 의심스러운 바가 없고, 기를 기르면 도의에 배합되어서 천하의 일에 두려운 바가 없으니, 이 때문에 큰일을 당하여도 ‘마음의 동요가 없게 되는 것(不動心)’이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맹자의 호연지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다. 참고로 그 내용을 소개한다.
“본래 호연지기는 마구 생성시킬 수 없으며, 억지로 기를 수도 없는 것이다. 오직 도를 말미암아 의를 행하여 날로 쌓고, 달로 쌓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몸에 살이 쪄서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이에 빈천(貧賤)이 그 마음을 근심하지 못하게 하고, 위무(威武)로도 굴복시키지 못하여 기가 하늘과 땅에 가득차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호연지기는 곧 호기(浩氣)를 기르는 오묘한 비결이다.
호연지기는 밖에서 닥쳐와서 취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내안의 도의(道義)가 쌓여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본래의 법이다. 만일 일이 있을 때를 당하여 스스로 기필(期必)하여 호연지기를 바라려하면 이것은 이른바 알묘(苗)하는 격이다. 그러므로 맹자께서 경계하여 이르기를 ‘반드시 일이 있을 때에 미리 기필하는 바를 정하지 말고 다만 마음속으로 바르고 곧은 도리를 잊지 말고 절대로 자라기를 도와서 알묘의 병을 범하지 말라.’라고 하셨으니, 이것이 호기를 기르는 법이다.
아아, 뜻이 깊고도 묘하다.
몸소 행하고 마음으로 터득한 사람이 아니면 어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2005-08-29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