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의 희망
지난 가을 ‘고령사회, 심판의 날’이란 제목의 칼럼을 쓴 바 있다. 인구의 고령화 문제가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확산돼 “심판의 날이 눈 앞에 닥쳤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글이었다. 그러나 이제 고령사회에서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아울러 지난 칼럼의 오류도 고백하고자 한다.
임영숙 논설고문
고령사회의 희망은 우리 사회가 좀더 인간적인 사회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 노동력 감소와 복지 재정부담 증가로 성장잠재력과 국민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국가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 예측의 실현가능성이 높지만 고령화가 가져 올 또 다른 변화의 가능성에도 주목하자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가 은퇴자와 여성인력을 노동현장으로 불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을 희망의 씨앗으로 볼 수도 있다. 육아 등 ‘돌봄’의 사회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점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무엇보다 산업사회의 병폐가 치유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에 나는 주목한다.
산업연구원 강두용 연구위원은 “산업사회의 과도한 팽창지향성을 억제하는 고령화는 오히려 산업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고 인간의 경제적 삶의 건강한 자리를 복원시키는 데 기여할 것”(‘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노동의 복원’ 녹색평론)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을 좀더 들어 보자.“비노년층이 노동을 그 경제적 보상이나 사회적 성취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데 비해 노년층은 노동을 즐기는 측면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 노년층이 사회적 성취에서 어느정도 졸업했고 승진이라는 미래의 기회등에 대한 강박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확대는 새로운 양식의 노동(직업)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경제적 보상이나 권력적 요소를 다소 희생하고라도 노동의 즐거움에 보다 가중치를 부여하는 유형의 노동에 대한 수요확대를 가져 올 수 있다. 즉 물적 생산성 못지 않게 노동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노동양식을 창출하는 혁신을 자극할 수 있다. 고령화사회의 도래는 경제적 보상 중심으로 왜곡된 노동에 대한 시각을 교정하고 노동의 본질적 가치를 복원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물질적 소비 중심으로 편향된 현대사회의 경제적 삶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소비와 노동 간의 건강한 관계를 되찾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경청할 만한 주장이라고 생각해 길게 인용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제1인생을 졸업하고 제2인생(‘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에 진입한 독자들은 이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제1인생이 성공이란 목표를 위해 땀을 흘린 시기라면 제2인생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새로운 여정”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꿈 같은 생각이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2005-07-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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