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난 때는 2003년 5월 3일. 친구가 소개팅을 했는데,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그런데 이런 운명도 있을까. 그녀 역시 친구 따라 우연히 나온 것이다. 우연이 필연으로 연결될 수도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우리는 분위기 넘치는 바(bar)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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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던 나의 심장이 갑자기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멈춰버리기 일보 직전까지 달아올랐다. 나는 용기를 냈다. 주머니에는 영화표가 있었다. 나는 영화표를 꺼내들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그런데…. 결과는 OK!
그녀와 다시 만나 처음 본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었다.“다들 손잡고 다니는데…, 우리만 따로 걷고 있네요. 손 잡아도 돼요?”난 영화는 딴전이었고 그녀의 부드러운 손맛(?)에 푹 빠졌다. 아직도 영화 스토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한 데이트를 기념으로 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앞으로 1주일 내내 데이트를 신청해서 모두 OK를 받아내겠다. 그러면 그것은 우리가 함께하라는 운명이다.” 운명일까, 정성일까. 아니면 하늘이 도왔을까. 그녀는 1주일 데이트 신청에 한번도 퇴짜를 놓지 않았다.
이후 달콤한 데이트를 이어가던 어느날 우연찮게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줄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그녀의 집이 우리 회사가 지은 아파트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나의 운명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마음 속으로는 어느새 ‘청혼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녀에게 고백할까…. 고민에 빠져있던 1년 전, 아르키데메스의 발견처럼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는 프러포즈 방법이 떠올랐다. 신한은행 홍보팀의 협조를 얻어 사내방송으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직장에서도 도와줘 내가 쓴 사랑의 고백이 담긴 편지와 신청곡(임창정의 ‘결혼해줘’)까지 사내방송을 탔다. 우연히 방송을 듣던 그녀는 감동을 받았고, 며칠 뒤 나는 디지털카메라를 선물하며 고백했다.“평생 너의 사진 속에 나를 담고 싶다.”고.
드디어 다음달 14일(토) 오후 3시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결혼한다. 처음 만난 지 2년 만이다. 다가올 나의 밝은 미래를 그려보며 오늘 하루도 그녀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2005-04-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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