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김민석(29)·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 송서윤(27)·푸르덴셜 생명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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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02-24 00:00
수정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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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의 법칙’을 깨뜨려라.

흔히 사람들은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의 인상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 반을 차지한다고 하죠. 하지만 그 법칙은 제가 그녀를 만날 때만은 예외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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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 건 군대를 제대할 무렵이었습니다. 같은 부대 동료가 시켜주는 소개팅 자리에 나가 그녀를 만났습니다. 대부분 소개팅을 할 때는 옷차림도 신경 쓰고, 시간도 맞춰서 가지만, 그 날 저는 별로 기대나 관심이 없어 옷도 대충 걸쳐 입고 일부러 30분이나 늦게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같이 간 신참이 “늦었는데 빨리 뛰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다그쳤지만 “기다리기 싫으면 가겠지.”라고 배짱까지 부리며 더욱 느긋하게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나간 저는 너무나 순진한 모습으로 약간은 추위에 떨어 상기된 얼굴로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소위 말하는 ‘필(삘)’을 받았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히 행동했습니다. 후일에 들은 얘기지만 그녀는 기분이 많이 상해서 오기로 기다렸다고 하더군요. 늦게 온 주제에 껌까지 질겅질겅 씹으면서, 늦었다는 말 한마디 없이 먼저 성큼성큼 앞서가는 제 모습을 보고 정이 뚝 떨어졌는데, 한참을 얘기 해보니 첫 인상과는 좀 다른 사람이란 걸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두 번째 만남을 허락했다는군요. 이번에는 첫 만남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서서히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적당히 망가진 첫 인상이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된 셈이었습니다.

첫 인상을 만회하기 위해 연애 기간 내내 말 없이 행동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런 믿음이 우리를 5년 동안 지켜주었고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확신이 들었습니다. 서로에게 “언제 프러포즈할 거야.”라는 식으로 농담을 주고 받다가 별다른 프러포즈 없이 양가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고, 곧 결혼으로 이어졌습니다. 시부모님께 프러포즈를 받은 격이랄까요? 너무 잔잔한 결혼 과정에 아내가 섭섭해하는 눈치더군요. 추억의 프러포즈 없는 결혼 생활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선배들의 충고도 보태졌습니다. 결혼 날짜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지만 깜짝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죠. 결국 감동을 주는 이벤트보다 더한 프러포즈는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2004년 마지막 날 밤, 풍선을 가득 채운 스카이 라운지에서 5년간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담은 5통의 편지와 ‘오감’을 자극하는 선물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감동 받은 그녀는 저를 안아주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2005-02-24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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