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도 염유가 뛰어난 정치적 재능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어느 날 계강자가 공자에게 묻는다.
‘염유는 정치에 종사케 할 만한 인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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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자는 대답한다.
‘염유는 재간이 많으니 정치에 종사하는 게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이처럼 공자는 염유가 정치적 재능은 갖고 있지만 학문에 정진하는 수법제자로서는 부적합함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것은 염유도 마찬가지였었다. 염유 자신도 스승 공자를 ‘귀신을 동원해서 따진다 해도 결함을 찾을 수 없는 완전한 성인’이라고 존경하면서도 자신이 유가의도를 실천하는 제자로서는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염유가 공자에게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힘이 모자랍니다.’라고 고백한 내용을 봐서도 알수 있는 것이다.
염유로부터 그런 고백을 듣자 공자는 염유를 다음과 같이 꾸짖고 있다.
“힘이 모자라는 자는 중도에 그만두게 되어 있는데, 지금 자네는 스스로 움츠리고 있을 뿐이네.(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畵)”
공자의 대답은 준엄한 진리인 것이다.
최선을 다해 도를 향해 가는 구도자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마치 부처의 초기 경전에 나오는 ‘숫타니파타’속의 시경처럼 진리의 길을 가는 사람은 개 짖는 소리에도 멈추지 않는 나그네처럼 밤길을 혼자서 쉬지 않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도자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구도자는 그 길을 가다가 쓰러질지언정 스스로 움츠려 되돌아보지는 않는 것이다. 따라서 염유가 ‘힘이 모자랍니다.(力不足也)’라고 말하였을 때 ‘힘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츠리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자의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염유는 다시 변명하여 말하였다.
“지금 전유는 성이 견고하고 또 계씨의 도성(都城)인 비읍(費邑)에 가까이 있습니다. 지금 빼앗지 않으면 반드시 후세에 자손들의 걱정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간곡히 말해도 자신의 말뜻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여전히 변명에 몰두하고 있는 염유의 태도를 지켜본 후 공자는 착잡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구야, 군자는 그가 바라는 것은 버려둔 채 말하지 아니하고, 또 그것을 변호하려드는 것을 미워한다. 내가 듣건대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이 많고 적음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며,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고 불안함을 걱정한다고 하였다. 고르면 가난함이 없어지고, 화목하면 백성들의 숫자가 적지 않게 되고, 평안하면 기울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데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으면 문화적인 덕을 닦아서 그들이 따라오도록 할 것이며, 따라오면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 유(由:자로의 이름)와 구는 계씨를 돕고 있는데, 먼데 사람들이 복종하여 따라오도록 하지 못하였고, 나라의 민심이 이탈되어 서로 떨어져 나가게 되었는데도 이를 막고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도 한 나라 안에서 전쟁을 일으킬 획책이나 하고 있으니 나는 계씨의 걱정이 전유에 있지 아니하고 바로 제 집안에 있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2004-12-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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