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룩앳미

[그 영화 어때?] 룩앳미

입력 2004-12-23 00:00
수정 200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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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원한 과제일까. 누구나 자신의 본모습과 진심을 알아주기를 원하지만, 다양한 권력망에 의해 진실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른다고 불평하는 나 자신조차, 타인을 나만의 잣대로 재단하고 있는 게 우리의 모습이니까.

영화 ‘룩앳미’(Look at Me·24일 개봉)는 상당히 수다스러운 작품이지만, 등장인물의 대화는 제대로 이어지는 법이 없이 툭툭 끊긴다. 의미없는 질문만 던진 채 대답은 듣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화제로만 겉도는 이들은, 오로지 체면과 겉치레의 수단으로 말을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거울 뒤에 숨은 채 상대방을 바라보면서도 ‘나를 바라봐 달라.’며 상대방만을 나무란다.

유명한 작가인 에티엔은 누구나 존경하는 인물이지만 실상은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차 있다. 딸 롤리타가 들어보라고 준 테이프는 포장도 뜯지 않았고, 형식적으로만 관심을 갖는 척한다. 뚱뚱하고 못생긴 롤리타는 무관심한 아빠에게 늘 불만을 품지만, 아빠의 지위를 이용해 사람들을 사귄다. 롤리타의 성악 선생이자 작가 피에르의 부인인 실비아는 롤리타가 유명 작가의 딸인 것을 알자 태도가 돌변하고, 피에르는 에티엔을 이용해 유명 작가가 되자 무명시절의 친구들을 업신여긴다.

호수 위 백조처럼, 겉으로는 고상한 듯 보이지만 속에선 온갖 권력관계를 이용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 영화는 이들의 가식적인 모습을 유머스럽게 비꼰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으면서도 이내 쓴웃음으로 번지는 건 아마도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랄하고 냉소적인 ‘프랑스식 유머’를 쏟아내는 영화는, 뒤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을 넓은 포용력으로 감싸안는다. 이중적인 인물처럼 보이던 실비아는 점차 남편의 가식과 에티엔의 독단을 참지 못하고 용기있는 발언을 한다. 롤리타도 그녀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 진실한 남자친구를 만난다. 그렇다고 섣불리 화해의 손을 내미는 건 아니다. 어쩌면 이 복잡한 관계망에 놓인 현대사회 속 사람들은 영원히 소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친구 세바스티앙을 향해 말없이 외투를 벗어주는 롤리타처럼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만은 지우지 말자는 게 영화의 목소리다. 국내에서 단관개봉으로 5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타인의 취향’의 프랑스 출신 아네스 자우이 감독 작품.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4-12-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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