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초·중등 과정을 결산하는 수능시험이 부정투성이였다니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지적 호기심에 불타 한창 학업에 몰입해야 할 학생들이 시험 부정을 모의했다고 한다. 선·후배가 하나가 되어 휴대전화에 컴퓨터 그리고 대리시험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올해만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부정을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우리 교육은 최악의 바닥까지 추락한 것이다. 이젠 한국 교육의 복원을 시작해야 한다. 교육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교육 ‘권력’은 해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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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학 교육 대기자 정인학 교육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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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학 교육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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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수능 부정이 터지자 기껏 전파탐지봉을 들먹거리고 있다. 시험장에서 휴대전화를 적발해 내겠다는 것이다. 그래 전파탐지봉으로 휴대전화 부정은 봉쇄했다고 하자. 그럼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학생들의 그 ‘어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수능 부정의 요체는 한국 교육이 다음 세대들에게 정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전한 사회의식조차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육부 장·차관은 물론 교육정책을 주물러온 국장 이상 간부는 자진해서 물러나라. 교육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자리만 연연하는 탐욕이 바로 한국 교육 복원의 걸림돌이다.
전국의 40만 교사들도 뼈가 저리도록 반성해야 한다. 세상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홀대했다고 하자. 학생들이 존경은 커녕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때로는 사법기관에 전화를 걸어 난처하게 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음 세대의 교육을 자임한 교사들이 아닌가. 어쩌다 학생들을 이 지경으로 키웠단 말인가. 행여 학생들과 마찰이 부담스러워 교사의 길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혹시 교사로서 첫 출발하던 초심을 잊고 기계적 직장인으로 타락한 것은 아닌가. 수능에서 부정행위가 이렇듯 난무했건만 어찌 교사들의 반성은 없는가. 교사의 길을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교사다움을 잃은 그들을 걸러내는 장치를 서둘러야 한다.
대학도 환골탈태해야 한다. 대학의 사회적 사명을 잊은 채, 손 쉬운대로 성적 우수한 학생을 유인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총동원했던 행태를 이제는 집어 치워야 한다. 성적 지상주의를 알게 모르게 부채질해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일그러지게 한 그 교육적 책임을 통감하라는 얘기다. 보통 교육이 멍들면 대학도 흐물거리게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사회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대학 본분을 외면하고 타성에 젖은 교육풍토에 안주한 게으름을 이번에 말끔히 털어 내야 한다.
세상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산업기술대학교가 있다. 한해 졸업생이 500명 남짓한 작은 대학이다. 생긴 지도 얼마 안 된다. 그런 대학이 2001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지금까지 취업률 100%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결코 우연일 리 없다. 해마다 커리큘럼을 점검하고 세상에 필요한 과목으로 교체했다. 기계공학과는 지난해 46개 과목 가운데 14개를 갈아 치우거나 보강했다. 방학이면 학생들을 산업현장에 보냈고 현장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었다. 강의실 교육을 산업현장에서 살아서 피가 흐르는 교육으로 되돌렸다. 대학들이 배워야 할 귀감이다.
지금의 교육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극한 상황을 뒤틀린 교육을 바로잡는 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수능 파동을 전파탐지봉이나 들고 땜질하려 해서는 안 된다. 사설 학원에 넘겨준 학교의 학습권을 되찾아와야 한다. 학생들이 교사를 선생님으로 섬기고 본받도록 해야 한다. 누구누구를 이겼다는 상대적 성취감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절대적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작금의 수능 파동이 일그러진 교육에 안주하려는 그들에겐 위기일 테지만 교육을 혁신하려는 우리들에겐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교육 대기자 chung@seoul.co.kr
2004-12-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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