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일이]개같은 날의 오후

[세상에 이런일이]개같은 날의 오후

입력 2004-11-25 00:00
수정 200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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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X이 영어로 욕했다니까. 영어는 못하지만 느낌으로 다 알지.”

“아줌마. 나는 욕한 적 없어요.”

‘강아지 똥’때문에 외국인과 환경미화원이 대낮 공원에서 한바탕 멱살잡이를 벌였다.

17일 낮 12시 인천시 남구의 한 공원. 애완견과 산책을 하던 캐나다 여성 A(23·영어강사)씨 앞을 여성 환경미화원 B(60)씨가 빗자루를 든 채 가로 막아섰다.

“아니 강아지는 집에 놓고 다니든지. 내가 이 녀석 따라 다니며 똥을 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경미화원 B씨는 전에도 수차례 ‘훈계’를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A씨를 보고 발끈했다. 하지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로 ‘화’만 내는 환경미화원 아줌마가 A씨 역시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얼마가지 않아 둘은 서로 다른 나라 언어로 목소리를 높였고, 이내 빗자루와 주먹이 오고 가는 육탄전이 이어졌다.B씨는 경찰에서 “강아지 똥 때문에 몇 마디 했다고 어린애가 영어로 대꾸하는 것이 꼭 나에게 욕설을 하는 것 같아 싸웠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환경미화원”이라며 “캐나다에서는 무조건 원인제공자가 처벌을 받게 돼 있는데 도대체 왜 나를 조사하느냐.”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의 결론은 쌍피(쌍방피해). 인천 중부경찰서는 18일 서로를 폭행한 두 사람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4-11-25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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