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210)-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儒林(210)-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입력 2004-10-29 00:00
수정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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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周遊列國

제4장 喪家之狗

중종이 자신을 우유부단한 영공에 비유하고 있음은 시험문제에서 자신의 처지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왕이 될 만한 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종(祖宗)의 기업을 이어 정치에 임하여 좋은 성과를 소망하여 온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으나 아직도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지도 못하였으며, 나라의 법도도 정해지지 못하였다. 그러니 어찌 정치의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으리요. 이 자리에 모인 여러 성균관 학생들은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들이므로 모두가 요순시대의 이상적인 정치를 이루려는 포부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입신출세만을 여기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어려운 시대를 당하여 이 난국을 극복하고 옛 성인의 이상적인 정치를 오늘에 다시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책을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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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의 절박한 심정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유대신앙을 느끼게 한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하나의 선지자로만 여기고 있을 뿐 선택받은 민족인 자신들을 구원할 구세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그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끈질긴 기다림은 바로 자기들 앞에 나타난 초라한 목수의 아들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게 한다. 그들이 바라는 구세주는 그렇게 무기력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만큼 나약한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 긴 세월을 기다려 온 보람을 봐서라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고, 어리석은 일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종은 자기의 구세주, 즉 공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1년이면 나라를 바로잡고 3년이면 완전한 정치를 이룰 수 있는 공자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성시에서 2등으로 급제한 조광조는 중종이 그토록 꿈꾸어 오던 공자의 현신이었다.

“하늘과 사람은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이 사람에 대하여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임금과 백성은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예전에 이상적인 임금들이 백성들에게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옛날에 성인들은 하늘과 땅의 큰 것과 수많은 백성들의 무리를 하나로 여기셨으며, 그런 이치에 따라 도를 행하였습니다.”명문중의 명문으로 꼽히는 조광조의 답안이 공자의 현신을 기다려 온 중종의 마음을 사로잡고 조광조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

개혁주의자 조광조의 비극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오직 공자에게만 의지하고 이를 고지식할 정도로, 그리고 과격하게 추진해 나가는 데서 시작됐으나 그보다도 조광조를 공자의 현신으로 믿고 의지했던 중종이 어느 순간 조광조는 조광조일 뿐 공자의 현신이 아님을 자각하고 조광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철회했던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공자는 영공에게 크게 실망하고 다시 위나라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무렵 공자가 얼마만큼 자신의 처지에 초조해 있었던가를 보여주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때 위나라의 이웃인 진나라는 한참 내란 중이어서 대부 조간자(趙簡子)가 같은 대부인 범씨와 중항씨를 공격하였으며, 이틈을 노려 조간자가 다스리는 중모(中牟)라는 마을의 수장인 불힐(佛 )이 반란을 일으켰다. 조간자는 자신의 영토 내에서 분쟁이 일어나자 분노하여 중모를 토벌하고 대관(代官)위치에 있으면서도 배반하는 불힐을 죽이려 하였는데, 다급해진 불힐은 사람을 보내어 공자를 초빙하였던 것이다. 이때 공자는 위나라를 떠나 오늘날의 하남성 개봉도(開封道)에 있는 중모현으로 가려고 했다. 이를 지켜본 성미 급한 자로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자로는 따져 물었다.

“전에 제가 선생님에게 들은 말인데,‘스스로 자기 자신이 옳지 못한 짓을 하는 사람 틈에 군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불힐은 중모에서 반란을 일으켜 배신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에게 가려 하시니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2004-10-2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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