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그리스) 특별취재단| 그저 눈물 뿐이었다.태권도 80㎏ 이상급 결승전이 벌어진 29일 아테네 팔리로 스포츠파빌리온.홈 매트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그리스)를 1라운드 2분10초 만에 왼발 뒤후려차기 KO로 꺾고 ‘태권도 황제’로 등극한 문대성(28)은 매트에 얼굴을 묻은 채 일어설 줄 몰랐다.
관중들의 환호도 아득하게만 느껴졌다.이윽고 태극기를 들고 매트 주위를 달리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어깨를 짓눌렀던 삶의 고통까지 눈물로 씻어버렸다.
한국 문대성이 30일 새벽 팔리로 스포츠센터… 한국 문대성이 30일 새벽 팔리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태권도 80kg 이상급 결승에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의 안면을 돌려차기로 강타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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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대성이 30일 새벽 팔리로 스포츠센터…
한국 문대성이 30일 새벽 팔리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태권도 80kg 이상급 결승에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의 안면을 돌려차기로 강타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문대성은 2000년대 태권도의 ‘꽃’인 최중량급을 주름잡은 한국 태권도의 에이스.1999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선수권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았다.
도복을 입은 지는 벌써 18년째.처음 국가대표가 된 것은 동아대 2학년 때인 지난 96년.99년 에드먼턴 세계선수권 1위에 오르면서 세계 정상급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헤비급 1인자는 김제경(35·미국 거주).한동안 그의 그늘에 가려야 했다.
문대성에게도 기회는 왔다.시드니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한 김제경이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것.선발전 2위인 그가 당연히 시드니행 티켓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협회는 3위 김경훈과 재대결토록 했다.김경훈에게 2-3으로 패한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김경훈의 금의환향을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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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선발전 직후 아버지 문광춘(65)씨가 오른쪽 집게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까지 당했다.평소 심장협심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 오은자(63)씨는 아들의 시드니행 무산과 남편의 사고 충격으로 정신 장애까지 겪게 됐다.맏아들로서 어려운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과,태권도가 자신을 버렸다는 배신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소주병에 빠진 생활이 6개월 넘게 이어졌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태권도 없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1년 6개월 동안의 노력 끝에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올림픽을 향한 집념이 더욱 강해졌다.
지난해 11월 세계예선전 대표선발전과 12월 예선전을 거푸 치르면서 왼쪽 손목뼈 3개가 부러졌음에도 불구,진통제를 맞으며 기어코 아테네 출전티켓을 따냈다.지난 겨울 하루 6시간이 넘는 강훈을 소화한 끝에 최종선발전을 통과했다.장래 희망은 국제적인 ‘태권도 전도사’.이를 위해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window2@seoul.co.kr
2004-08-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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