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홍필(28·대한화재 강남보상사무소)·박미연(28·대구 인지초등학교 교사)

[결혼이야기]홍필(28·대한화재 강남보상사무소)·박미연(28·대구 인지초등학교 교사)

입력 2004-08-26 00:00
수정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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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중학교 2학년 8반 8번과 37번이 결혼합니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까까머리 남학생과 수줍던 여학생,같은 반 친구끼리 결혼한다는 것을….하지만 그 오랜 시간 첫사랑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녀와 제가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 우리 결혼이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정설을 깨고 첫사랑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조금은 거창한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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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필·박미연
홍필·박미연 홍필·박미연
미연이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저에게 이 결혼은 오랜 전쟁에서 얻어진 승리의 기쁨과도 같습니다.왜냐하면 그 친구는 인기도 많고,귀엽고 예쁘거든요.그래서 쟁취하기 힘든 사랑이었습니다.

그녀를 만난 뒤의 제 삶에는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만 했던 10년이란 세월과 함께 사귀기 전 마음 졸인 1년이란 세월이 함께 범벅된,쉽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10년을 아무런 연락 없이 생각만 해오다 저는 포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그녀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다시 만났죠.어찌나 어색했던지요.그날 ‘그녀를 만나기 100m전’의 떨림은 아직도 제 몸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지금도 그 친구랑 싸우면 그 때를 생각하며 화를 삭이곤 하지요.

첫 만남 이후로 저는 억지로 퇴근 뒤에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고,그 친구와 저는 자주 만나게 되었습니다.스터디 도중 쉼없이 ‘작업’(?)에 들어갔고 6개월동안의 노력 끝에 진지하게 사귀게 되었죠.스터디는 ‘제3의 물결’ 책 한권으로 소리없이 끝이 나고 말았음은 물론이고요.

복학생으로 4학년 1년 동안 취업 준비에 골몰할 때 아무 말 없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그녀와 9월4일에 결혼식을 올립니다.지금도 신혼방을 어떻게 꾸밀까 설레는 그녀의 얼굴에서 너무나 재미있을 생활이 기다려집니다.

담배 피우지 말고 운동 좀 하라는 다소 걱정 섞인 그녀의 말에서 누군가 나를 챙겨주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그리고 그 사람이 제가 열렬히 좋아했던 그녀라는 것을 생각하며 저는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너무나 행복합니다.이런 게 결혼하는 즐거움 아닐까요.우리가 얼마나 예쁘게 살지 한번 지켜봐주세요.
2004-08-26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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