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600일 전,저는 그녀에게 “선배로서 내가 소개팅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지!”라고 말했습니다.그날은 후배들과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자리였지요. 그녀가 얼마 전 소개팅을 했는데 너무 좋지 않았다고 하기에 제가 그렇게 말했던 겁니다.그녀는 좋다고 했고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했지요.물론 매일같이 학교에서 만나던 관계였지만 막상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만날 것을 생각하니 저는 호기만 부리다가는 망신당하겠다 싶어 그날 저녁부터 영화표를 구하고,좋은 카페도 알아보고,데이트 순서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소개팅은 잘 짜여진 스케줄이 전부였는데,그녀가 만남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던 거지요.그래서 그날 우리는 선후배로서 만났지만,헤어질 때는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제대로 된 소개팅 상대’였습니다.저는 그렇게 그녀에게서 ‘만남’을 배웠습니다.
그녀의 눈은 매우 큽니다.저의 두세배는 될 겁니다.그래서인지 눈물이 많지요.‘아무것도 아닌’ 일로 눈물 흘리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하지만 어느새 보고서를 잘 쓰거나 발표를 잘했을 때,그녀가 ‘퍼펙트 김’이라고 칭찬하면 힘이 솟고,더 열심히 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제가 화난 일에 더 크게 화내고 원통해 하는 그녀로 인해 위안을 받았습니다.저는 험난한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경쟁에 맞설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하지만 진정으로 도움이 된 것은 그녀처럼 눈물을 흘릴 수 있는,주변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란 것을 고백합니다.저는 그녀에게서 ‘살아가기’를 배웠습니다.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신부’로 맞이하려 합니다.7월10일,그 날 저의 만세 소리는 그녀의 눈에 행복의 웃음을 지켜주리라는 저의 약속일 것입니다.
2004-06-24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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