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효야,아니 성효씨.친구처럼 지낸 4년이 훌쩍 지나갔어요.나보다 한살 많은 데도 이름 부르는 걸 더 좋아했고,더 편안해 한 성효씨지만 이제부터는 ‘야자’하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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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바로 내일인데 불현듯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네요.4년전 2월8일.무지하게도 추운 날이었지요.친구가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 준다기에 칼같은 겨울 강바람을 맞으며 망원동에서 홍대앞까지 걸어갔어요.카페에 들어서니 친구 건너편에 두 남자분이 앉아 있는데 “두 사람은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에야 솔직히 말하건대 친구 말대로 ‘뽀샤시’하고 준수한 얼굴에다 키 180㎝에 걸맞은 사람들은 아니었거든요.그저 “올 사람이 아직은 안 왔구나.”라고만 생각했지요.내내 떨떠름한 표정으로 버티고 있던 내앞에서 어쩔 줄 모르던 대학 3학년생의 얼굴이 기억나네요.지금까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하지만 첫 만남 이후에 내심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무려 일주일 동안을요.두 어 시간 동안 얘기하다 보니 인상은 좋았거든요.이후부터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렇게 가까워졌지요.
그러고 보면 유난히도 맞지 않을 것 같은 성격이 언제부턴지 물에 얼음 녹듯 서로 녹아 들었어요.늘 긍정적이고 조금은 낙천적이기도 한 성효씨 성격에 정 반대인 내가 녹아 든 셈이지요.부부는 닮는다던가요.예전엔 ‘영화광’인 성효씨 따라 들어간 극장에서 조는 바람에 성효씨가 영화는 못보고 내 얼굴만 지켰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잖아요.
친구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하는 바람에 “친구들 무서워 함은 못받겠다.”던 내게 “그러면 씩씩하게 혼자 함 짊어지고 가면 될 것 아니냐.”며 너털웃음 짓던 모습에 내 말은 뭐든지 다 들어줄 것 같은 든든함도 느꼈답니다.
하지만 아직 야속한 게 있어요.지난 4년 넘게 큰 다툼없이 물흐르듯 지냈고,너무나 자연스럽게 결혼이 결정되다 보니 아직 정식으로 결혼 프러포즈를 받은 기억이 없네요.물론 성효씨는 “좋아해서 한 이불 덮고 자기로 결정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고 말하지만 거창하고 우아하게 고백할 필요 없답니다.그저 귓속말로 “사랑하니까 나랑 같이 살아줄래?”라고 한 마디만 하면 돼요.
내일 결혼식 하기 전에 그렇게 정식으로 프러포즈 해 줄래요?˝
2004-05-0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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