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가을 K대 H고시실로 한 여학생이 들어왔습니다.당시 고시실에 있던 한 청년은 한눈에 자그마한 호감을 갖게 되었으나 그 마음을 꼭꼭 숨겨놓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인연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나 봅니다.두 사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친구사이로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었습니다.신기하게도 주위에서 그 두 사람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당사자들조차도 말입니다.
박임준(30)·김미영(31)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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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임준(30)·김미영(31)씨
그 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자그마한 마음을 아주 조금씩 키워가던 청년은 결국 ‘거사’를 결심합니다.친구들의 우정어린 도움을 얻어 어설픈 고백에 성공을 했지만 여학생은 그때는 그 청년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그것을 알게 된 청년은 고민 끝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군대에 갈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그때서야 그의 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된 여학생은 이번에는 청년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그 후 4년 반이 넘는 연애 끝에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5년 가까이 연애를 하면서 서로에게 믿음을 심어 주려고 노력했던 것이 저희가 결혼까지 이르게 된 큰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서로의 마음을 시험하지 않고 자신의 진심만을 오랫동안 보여준 결실을 거두었는지 이제는 어떤 경우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4월에 결혼을 하는데 생각보다 결혼준비가 쉽지만은 않습니다.작은 것 하나에도 서로간에 이견이 있으면 양 집안에 서운함 없이 조정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저희는 둘 다 무난한 성격이라 결혼 전까지 서로 절대 싸우지 말자고 약속하였는데 솔직히 작은 위기는 몇 번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은 별 탈없이 준비가 진행돼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 보니 이제 호칭을 바꿔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큰맘먹고 ‘자기야아∼’하고 부르면 어느새 닭이 되어 날아가 버립니다.항상 친구 같은 사이로 남는 것도 좋고 에로틱하게 발전하는 것도 좋습니다.서로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결혼해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는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4-04-0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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