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신랑과 들러리, 화동의 모습
신랑과 들러리가 도착하면 기념사진을 찍고 다같이 긴 행렬로 줄지어 신부의 집으로 향한다.전통의상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앞장서고 그 뒤로 신랑과 들러리,그리고 하객들이 뒤따르는데 이들은 모두 성의껏 마련한 선물들을 쟁반에 받쳐 들고간다.
그런데 선물들이 뜻밖이다.과일이나 양파 같은 야채부터,연유 통조림,털 뽑아 잡은 통닭 한마리,꽃,돼지머리 등으로 소박하면서도 우리가 보기에는 귀여운 것들이다.하객행렬이 신부집까지 이어지면 신부가족이 하객들을 맞이하고,선물을 전달하면 그 날의 행사는 끝난다.신랑,신부는 신부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12시쯤 결혼행렬에 참석했던 하객들이 다시 신부집으로 모이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잔치가 시작된다.함께 먹고 노래하고 춤추고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잔치가 끝나면 돈을 봉투에 담아 잔치비용을 나누어 부담한다.
캄보디아 전통결혼식 풍경중 한 장면.
캄보디아에서는 결혼할 때 혼수나 집을 마련하는 대신 신랑이 신부의 부모에게 지참금을 주고 신부네 집에서 살게 된다.가정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미화 2000달러 정도의 지참금을 결혼자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할 경우는 3000달러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캄보디아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남자는 결혼을 하기위해 허리가 휘어지도록 돈을 벌지만,일단 남녀가 결혼을 하면 그때부터는 가정의 생계를 많은 부분 여자들이 책임진다고 한다.이 부분에서 박군이 몹시 부러워한다.한국 남자들이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고달프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또 조금은 고소하기도 하다.지금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기존 한국 남자들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캄보디아에는 아직 많은 부분 전근대적인 생활 모습이 남아있지만 결혼만큼은 중매결혼이나 정략결혼이 거의 없고 대부분 연애결혼을 한다.남녀가 데이트를 하고 서로 마음에 들면 여자를 남자네 집에 데려가 부모에게 인사시키고,남자쪽 부모가 결혼하려는 여자의 부모를 찾아가 청혼을 하게 된다.여자쪽 부모가 결혼승낙을 하면 양가 부모가 좋은 날로 결혼 날짜를 잡고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캄보디아건 한국이건 결혼은 모든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선택이고 순간인 것 같다.야채나 통조림을 정성껏 예쁜 접시에 담아 둘의 행복을 축복해주고,밤새 축제를 열며 다함께 즐거워하는 이곳 사람들의 결혼식은 내가 지금껏 본 결혼식중 가장 예쁜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추온 레잇
추온 레잇(23)은 ‘툭툭 택시’를 모는 운전기사다.툭툭은 일반 자가용 택시와 달리 오토바이에 마차를 연결해 손님을 태우는 캄보디아의 대표적 운송수단.흙먼지가 뽀얗게 일어나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서도 마스크는 절대 안하는,한창 패션에 민감한 캄보디아 신세대 젊은이 레잇을 만났다.
캄보디아의 결혼 적령기는.
-가정형편에 따라 모두 달라요.돈이 없으면 결혼도 자연히 늦어지죠.저도 결혼 지참금 마련을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어요.따로 저축은 안하고 버는 대로 엄마에게 갖다주죠.살림에 조금씩 보태고,나머지는 지참금을 위해 모으세요.
일과후나 휴일에는 주로 어떤일을 하는지.
-친구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요.함께 맥주를 마실 때도 있고 그냥 휴대전화로 얘기할 때도 있고요.전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얘기하는 걸 아주 좋아해요.그리고 가끔은 시내에 있는 나이트클럽에 가요.춤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 구경하는 게 재미있거든요.씨엠립에는 극장도 하나 있는데 전 잘 안 가요.가끔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가긴 하지만 주로 울고 짜는 캄보디아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아요.
캄보디아에서 운전하는 게 쉬워 보이지 않던데.
-사실 좀 위험하죠.자가용은 90% 이상이 일본 중고차라서 핸들이 오른쪽에 있고,또 버스는 90% 이상이 한국에서 온 차들이라 핸들이 왼쪽에 있어요.앞 차를 추월할 때 조금 불편하긴 해도 우리는 그게 익숙한데 외국인들은 다들 이상한가봐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나요.
-툭툭을 몰기 전에는 집안 농사를 도왔는데 지금 하는 일이 돈도 더 많이 벌리고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재미있어요.빨리 돈을 벌어서 자가용을 사는 것이 제 꿈이자 모든 툭툭 운전사들의 희망이지요.˝
2004-02-13 4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