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눈 이야기

[길섶에서] 눈 이야기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4-01-14 00:00
수정 2004-01-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도심의 눈은 겨울의 골칫거리일지 몰라도,눈이 내리는 것은 원래 서설(瑞雪)이다.하얀 눈이 쌓인 고궁이 훨씬 운치있고,병풍처럼 드리워진 겨울산도 눈에 덮이면 한결 자태가 고와보인다.그 눈도 한밤에 내리면 고요의 바다다.그래 김광균 시인은 ‘설야(雪夜)'에서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처마 밑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라고 읊었을 게다.

평범한 일상사도 눈 내린 기억과 겹치면 넉넉해지면서 추억이 되는 법인지….지금은 일반의 기억에서 멀어졌지만,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한 날 아침도 눈이 내렸다.그때 ‘설야'를 인용하며 기자칼럼을 썼는데,휴지통에 버려진 아픈 기억이 있다.합의의 의미를 담는다고 쓴 것이 눈 내린 서정에 잔뜩 취해 아마 중학생 작문수준에 머물렀던 모양이다.또 하나,누구나 한번쯤 겪는 첫사랑의 추억도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밤의 기습적인 입맞춤이어서 더더욱 달콤한 게 아닐는지….설사 집사람의 ‘잔소리를 듣게 된다.’고 해도 나에겐 진한 눈 이야기이다.

양승현 논설위원

2004-01-14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