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승부를 건다/레슬링 자유형 84㎏급 문의제

2004 승부를 건다/레슬링 자유형 84㎏급 문의제

최병규 기자 기자
입력 2004-01-07 00:00
수정 2004-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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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벽을 반드시 넘겠습니다.”

매트 위에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이 예사롭지 않다.한국 남자 레슬링의 간판스타인 자유형 84㎏급 문의제(사진·29·삼성생명)가 태릉선수촌 훈련장에서 내지르는 고함에 동장군마저 흠칫한다.‘통한의 1점 벽’에 막혀 거푸 금메달을 놓친 한을 풀 태세다.

문의제만큼 단 1점 때문에 눈물을 뿌린 레슬러가 또 있을까.지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냈지만 세계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98·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단 1점차로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2000시드니올림픽 준결승에서는 독일의 강호 메이폴과 연장 접전을 펼치다 3초를 남겨놓고 태클에 걸려 1-2,1점차로 결승행 티켓을 놓쳤다.3·4위전에서 동메달을 확보한 뒤 1위 선수의 약물 복용 덕에 은메달을 손에 쥐었지만 이 때 붙은 별명이 바로 ‘1점의 사나이’.

“이겼다고 생각했어요.하지만 번번이 막판 고비를 못 넘기더라고요.”

그러나 2004년을 맞은 문의제의 비장한 결의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을 녹이고도남을 듯하다.혈관이 터지고 뭉쳐 굳어버린 귀가 다시 으스러지는 고통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목표는 이미 시드니올림픽 준결승 매트에 무릎을 꿇는 순간 굳혔다.아테네올림픽 금메달.

대전 동산초등학교 4년 때 시작한 씨름으로 몸을 다진 문의제는 2년 뒤 같은 학교 레슬링 코치의 권유로 모래판 대신 매트 위에 섰다.뛰어난 체력에다 기량도 일취월장,95년 애스포국제대회 자유형 74㎏급에서 2위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올리며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같은 해 애틀랜타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꿈이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당시 상대는 올림픽 본선에서 은메달을 따낸 현재 대표팀(자유형) 코치 박장순(36).0-6의 스코어가 말해주듯 완패였다.

‘재수’ 끝에 출전한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문 문의제는 이제 ‘1점의 악몽’을 딛고 금메달을 거머쥐겠다며 다시 결의를 다지고 있다.재작년부터 체급을 조정해 84㎏급으로 올렸지만 약간의 체중 미달이 옥에 티.그러나 몸무게는 빼기보다는 보태기가 더 쉬운 법.지난해 말 카자흐스탄 전지훈련을 통해 최대의 걸림돌인 동구권 선수들과의 실전 경험도 충분히 쌓았다.

문의제는 승부 세계의 냉철한 법칙을 터득한 선수다.‘1등과 2등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1점 차로 지옥을 경험한 그에게는 너무도 절실하다.매트 위에 떨구는 그의 땀방울에 금메달을 향한 각오가 흠씬 녹아 있는 듯하다.

최병규 기자 cbk91065@
2004-01-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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