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지루한 공방을 벌이던,덕수궁 터에 미국 대사관을 건립하는 문제가 지난 18일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회의에서도 결론을 못내 보류되었다.매장문화재분과는 덕수궁 터에 미대사관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사적분과와 건조물분과 등 관련 분과와의 합동회의 또는 전체회의로 최종결정권을 넘겨 ‘신축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대사관 신축예정 부지인 옛 경기여고 자리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御眞)을 모신 덕수궁의 선원전과 왕과 왕비의 혼백을 모신 흥덕전이 있던 터다.미대사관 측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당초 함께 건립하려고 했던 직원용 아파트는 포기하고 15층 규모의 대사관 청사만 짓겠다고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적은 보존하되 대사관 건물을 짓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사관 건립계획에 대해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말로 건립 강행 의사를 밝혀 왔고,설계를 맡은 미국의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스 또한 “새로 건축될 대사관 건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건축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소의 역사성이다.덕수궁이 어떠한 곳인가.세계사에서 드물게 긴 단일왕조의 마지막 궁궐이다.그런 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소중한 장소인 것이다.
건축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꼭 있어야 될 건축,있으나마나 한 건축,있어서는 안 될 건축이 있다.남의 나라 왕궁터에 대사관을 짓는 것이 꼭 필요한 건축이 될 수 있겠는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지난날 우리가 문화재에 무지할 때 덕수궁 인근에 난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 와서 미대사관 건립은 안 된다고 항변하는 것이 어쩌면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이렇게 우리 스스로 내 나라 역사를 무시하고 흔적을 함부로 없애다 보니 이웃나라 중국에서 발해·고조선과 함께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이다.또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억지 주장하는 것 아닌가.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내 나라 역사 지키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역사를 잃는 것은 영토를 잃는 것보다 더 큰 과오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혹시라도 정부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신축’쪽으로 결론을 내주길 은근히 바랄 것이 아니라,하루빨리 덕수궁 터를 사적지(문화재보호구역)로 지정하고 미대사관 측에 대체 부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이것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과 건축문화를 살리고,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종호 건축사·명예논설위원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대사관 신축예정 부지인 옛 경기여고 자리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御眞)을 모신 덕수궁의 선원전과 왕과 왕비의 혼백을 모신 흥덕전이 있던 터다.미대사관 측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당초 함께 건립하려고 했던 직원용 아파트는 포기하고 15층 규모의 대사관 청사만 짓겠다고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적은 보존하되 대사관 건물을 짓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사관 건립계획에 대해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말로 건립 강행 의사를 밝혀 왔고,설계를 맡은 미국의 건축가 마이클 그레이브스 또한 “새로 건축될 대사관 건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건축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소의 역사성이다.덕수궁이 어떠한 곳인가.세계사에서 드물게 긴 단일왕조의 마지막 궁궐이다.그런 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소중한 장소인 것이다.
건축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꼭 있어야 될 건축,있으나마나 한 건축,있어서는 안 될 건축이 있다.남의 나라 왕궁터에 대사관을 짓는 것이 꼭 필요한 건축이 될 수 있겠는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지난날 우리가 문화재에 무지할 때 덕수궁 인근에 난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 와서 미대사관 건립은 안 된다고 항변하는 것이 어쩌면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이렇게 우리 스스로 내 나라 역사를 무시하고 흔적을 함부로 없애다 보니 이웃나라 중국에서 발해·고조선과 함께 고구려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이다.또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억지 주장하는 것 아닌가.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내 나라 역사 지키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역사를 잃는 것은 영토를 잃는 것보다 더 큰 과오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혹시라도 정부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신축’쪽으로 결론을 내주길 은근히 바랄 것이 아니라,하루빨리 덕수궁 터를 사적지(문화재보호구역)로 지정하고 미대사관 측에 대체 부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이것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과 건축문화를 살리고,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종호 건축사·명예논설위원
2003-12-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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