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보셨나요?
학창 시절 나는 반장이나 부반장을 맡은 적도 있고,미화 부장을 맡은 적도 있었다.반장보다는 역시 미화부장이 쉬운 일이었다.교실을 보기 좋게 치장하는 일이 미화 부장의 역할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일도 분명히 쉽지는 않았다.너무 눈에 띄게 해서도 안 되었고,여러 사람의 눈에 다 맞추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그러나 남이 해 놓은 일을 두고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 지적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다.그리고 그것은 아무 감투도 쓰지 않은 대부분의 학급 학생들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내가 이 나라의 미화부장이라면,우선 너무 오랜 세월 엉망인 채 내버려둔 이 나라 구석구석의 간판들을 혁명적으로 바꾸겠다.
음식점과 노래방과 찻집과 가구점과 사무실,수없는 간판들이 저마다 악을 쓰며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도시 농촌 섬 관광지 할 것 없이 어디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마치 제 자식만 빈 자리에 앉히고 제 자식만 먹이려는 이 나라의 어머니들이 모두 얼굴을 내민 풍경을 상상해보라.사람들은 성형 수술을 하느라고 난리들인데,도시의 얼굴인 못 생긴 간판들은 뻔뻔한 채로 거기 그대로 있다.우리의 자연이 너무도 아름다운데 비해,그 자연을 가리는 간판들의 횡포는 관광 한국의 앞날을 꽉꽉 막고 있는 기분이 든다.
90년대 초,내가 뉴욕에 살고 있을 때였다.텔레비전에서 정답을 많이 맞힌 사람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퀴즈 프로를 본 기억이 난다.누군가 파리 프랑스에 당첨이 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도쿄 재팬 하고 사회자가 여행지를 발표할 때도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마지막으로 서울 코리아 하고 사회자가 내 그리운 고향의 이름을 부르자 좌중이 조용해졌다.아무도 박수 하나 치지 않았다.그 썰렁한 분위기라니 나는 정말 기분이 나빠졌다.그 기억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물론 십 여 년이 더 지난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미국인들과 함께 단체 여행을 하다보면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그 중 하나는,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여행을다니는 노인들 중 한국 전쟁에 참가했었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다.그들의 개인적인 전쟁담을 듣다 보면 미국을 경계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한국전에 참가했었다는 사람들과,사업차 한국에 머물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저 가보고 싶어서 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은 정말 많지 않다.사실 나 자신도 오래 떠나있어 본 뒤에야 내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된 사람 중의 하나이다.우리는 언제나 관광 한국의 내일을 제대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인천 공항은 아름다운 서해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기막힌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영종도에 있는 해수피아라는 온천을 가본 적 있는가? 그곳은 바다의 암반을 뚫어 심층수를 파 올린,굉장히 큰 규모의 온천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하지만 몇 십 년 뒤의 관광 한국을 염두에 두고 툭 트인 바다가 보이는 온천을 설계할 수는 없었을까? 게다가 인천 공항 근처의 그 끝없는 드라이브 길의 난간을 너무 높이 만든 탓에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바다가 보이는 공항 길이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입지 조건이다.언젠가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와 시원하게 툭 트인 서해 바다 길을 제대로 감상하면서,말로만 듣던 바다가 보이는 온천에 들러 신비로운 온천욕을 하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황 주 리 화가
학창 시절 나는 반장이나 부반장을 맡은 적도 있고,미화 부장을 맡은 적도 있었다.반장보다는 역시 미화부장이 쉬운 일이었다.교실을 보기 좋게 치장하는 일이 미화 부장의 역할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일도 분명히 쉽지는 않았다.너무 눈에 띄게 해서도 안 되었고,여러 사람의 눈에 다 맞추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그러나 남이 해 놓은 일을 두고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 지적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다.그리고 그것은 아무 감투도 쓰지 않은 대부분의 학급 학생들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내가 이 나라의 미화부장이라면,우선 너무 오랜 세월 엉망인 채 내버려둔 이 나라 구석구석의 간판들을 혁명적으로 바꾸겠다.
음식점과 노래방과 찻집과 가구점과 사무실,수없는 간판들이 저마다 악을 쓰며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도시 농촌 섬 관광지 할 것 없이 어디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마치 제 자식만 빈 자리에 앉히고 제 자식만 먹이려는 이 나라의 어머니들이 모두 얼굴을 내민 풍경을 상상해보라.사람들은 성형 수술을 하느라고 난리들인데,도시의 얼굴인 못 생긴 간판들은 뻔뻔한 채로 거기 그대로 있다.우리의 자연이 너무도 아름다운데 비해,그 자연을 가리는 간판들의 횡포는 관광 한국의 앞날을 꽉꽉 막고 있는 기분이 든다.
90년대 초,내가 뉴욕에 살고 있을 때였다.텔레비전에서 정답을 많이 맞힌 사람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퀴즈 프로를 본 기억이 난다.누군가 파리 프랑스에 당첨이 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도쿄 재팬 하고 사회자가 여행지를 발표할 때도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마지막으로 서울 코리아 하고 사회자가 내 그리운 고향의 이름을 부르자 좌중이 조용해졌다.아무도 박수 하나 치지 않았다.그 썰렁한 분위기라니 나는 정말 기분이 나빠졌다.그 기억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물론 십 여 년이 더 지난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미국인들과 함께 단체 여행을 하다보면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그 중 하나는,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여행을다니는 노인들 중 한국 전쟁에 참가했었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다.그들의 개인적인 전쟁담을 듣다 보면 미국을 경계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한국전에 참가했었다는 사람들과,사업차 한국에 머물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저 가보고 싶어서 여행을 가본 적이 있다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은 정말 많지 않다.사실 나 자신도 오래 떠나있어 본 뒤에야 내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된 사람 중의 하나이다.우리는 언제나 관광 한국의 내일을 제대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인천 공항은 아름다운 서해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기막힌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영종도에 있는 해수피아라는 온천을 가본 적 있는가? 그곳은 바다의 암반을 뚫어 심층수를 파 올린,굉장히 큰 규모의 온천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하지만 몇 십 년 뒤의 관광 한국을 염두에 두고 툭 트인 바다가 보이는 온천을 설계할 수는 없었을까? 게다가 인천 공항 근처의 그 끝없는 드라이브 길의 난간을 너무 높이 만든 탓에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바다가 보이는 공항 길이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입지 조건이다.언젠가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와 시원하게 툭 트인 서해 바다 길을 제대로 감상하면서,말로만 듣던 바다가 보이는 온천에 들러 신비로운 온천욕을 하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황 주 리 화가
2003-12-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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