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고해성사를 아는가

[대한포럼] 고해성사를 아는가

최홍운 기자 기자
입력 2003-12-16 00:00
수정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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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혼탁한 정치판에서 ‘고해성사를 해야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상을 규명한 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지하차고 접선’에 ‘차떼기’까지 동원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대선자금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정치권이다.그런데 이 사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 때 ‘고해성사…’얘기를 하고있어 더 이상 달아날 수도,숨길 수도 없는 극한 상황에서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려 거북하다.

고해성사는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전례 가운데 하나다.진심으로 죄를 반성하고 진실되게 고백하며 잘못에 상응한 벌을 받음으로써 죄가 용서된다.그래야 자신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고 멀어진 이웃과 화해할 수 있다.그래서 이 성사를 ‘고백성사’ 또는 ‘화해의 성사’라고도 한다.진실한 고백과 용서와 화해를 이루고야 고해성사는 완성된다.

그러나 지금 정치판에서 들려오는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무래도 생소하다.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그 엄청난 액수의 불법자금을주고받고도 검찰 칼날의 표적이 되기 전까지는 모르쇠다.분식회계 등 부당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보험성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건네준 기업이나,조직폭력배 수준의 방법으로 돈을 뜯은 정치권이나 마찬가지다.철저한 참회와 반성을 읽을 수 없다.기업은 얼마를 어떻게 조성해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건네줬는지,정치권은 어느 정도 받아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혀야 하는데도 진실된 고백이 아직 없다.재계는 또 나라 경제가 걱정되니 적당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하고,정치권 역시 책임 전가에 여념이 없다.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하며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자세를 찾을 수 없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15일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자신이 지시한 일이라며 국민앞에 사과하고 감옥행을 자청한 일도 마찬가지다.검찰 수사로 밝혀진 불법 대선자금 500억원을 시인한 것 외에 진실규명을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단이다.오히려 준비 안 된 검찰에 느닷없이 출두해 수사만 방해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지금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 급선무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기에 앞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당직자들을 출두토록 해야 한다.그래서 진실을 완전히 파악한 뒤 죄상에 따라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처벌을 받고, 정계를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야 한다.이렇게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 전 총재 역시 낱낱이 고백하고 처벌을 자청해야 순서다.“500억 이외 더 드러나는 자금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대목에서는 이 전 총재 스스로 불법 자금의 규모를 파악한 것으로 들린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 고백이다.

노무현 대통령 진영의 불법 대선자금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무엇보다 도덕성을 앞세우던 386측근들이 무너지고 있다.불법 자금을 전혀 받지 않았다던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은 썬앤문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들통났고,대통령의 왼팔이던 안희정 열린우리당 충남도지부 창당준비위원장은 11억 4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측근비리를 수사할 특별검사가추천되고 있는 시점에 노 대통령은 ‘직 걸고 정계은퇴’발언을 해 일파만파의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가 무슨 기준일 수 있는가.이 발언 역시 검찰 수사에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아울러 노 대통령도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를 알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그렇다면 대통령도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야말로 참다운 고해성사를 한 뒤 부패정치를 청산할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최 홍 운 논설위원실장 hwc77017@
2003-12-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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