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교수 등은 법무부가 사법 2차시험 ‘무더기 과락사태’의 원인으로 내놓은 수험생의 수준 하락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 눈치다.대신 사법연수원생들의 상·하위 그룹간 실력차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연수원생들은 성적이 상위 20∼30%에 들어야 판·검사 임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수 또는 휴학을 선택하기도 한다.이들은 졸업생의 70∼80%가 변호사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변호사 교육 전담교수가 단 2명뿐인 연수원의 현실을 문제로 지적한다.
●수준하락 NO, 실력차이 YES
연수원 A교수는 “연수원생 가운데 상위권 학생들은 과거 어느때 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현직 부장판사들도 “실력이 출중한 예비판사들을 많이 만난다.”면서 “이들은 판결문·공소장 등 실무에 능할 뿐만 아니라,법률지식도 상당한 수준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험에 합격한데 이어 연수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연수원생은 민법총칙 등 기본적인 법률 지식도 이해하지못해 합격생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연수원 B교수는 “연수원에서 암기식 학원 교육의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시험에서 과목별 배점이 같기 때문에 학습시간이 많이 필요한 민법 등을 소홀히 다루게 되고,결국 법학의 기본인 민법총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수험생이 버젓이 합격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연수원을 갓 졸업한 변호사에게 기본적인 법학 이론을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을 해 당황했다.”면서 “사법시험 제도는 법조인이 아니라,기술자를 양성하는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즉 연수원생 ‘1000명 시대’의 당면 과제는 연수원생들의 수준 저하가 아닌 양극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연수원 C교수는 “올해 시험 합격생들의 점수분포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최고점자와 최저점자의 차이가 예년보다 커져 ‘우열반’을 편성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재수·휴학 ‘바람’
지난 96년까지 300명 수준이던 연수원생은 해마다 100여명씩 증가,지난해부터 1000여명이 입소하고 있다.반면 판·검사 임관 인원은 200명 안팎으로 묶여 있다.
때문에 연수원생들은 판·검사 임관을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러야 한다.이모(여·31기)씨가 지난 2001년 졸업시험을 치르다 숨을 거두는 등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수원 D교수는 “시험에 실패하면 다음해에 재도전할 수 있지만,연수원 성적은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다.”면서 “일부 합격생들은 연수원에 바로 들어오지 않고 학원 등에서 연수원 교육과정을 ‘예습’하기도 하며,연수원생 중에도 1학기 시험을 치른 뒤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휴학을 해 만회할 기회를 노리는 연수원생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H학원이 지난해부터 ‘연수원 예비과정’을 신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지난해에만 400여명이 이 과정을 거쳐갔다는 후문이다.이는 전체 사시 합격생의 40%에 이르는 수치다.
연수원 관계자는 “질병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휴학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스트레스 등으로 휴식이필요하다며 진단서를 들이미는 연수원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33기 연수원생은 “성적이 좋지 않은 수료생이 다시 사법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사례도 있다.”면서 “사법시험·연수원 성적으로 판·검사를 임관하는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연수원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더 큰 병폐를 양산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상위 30%를 위한 교육
연수원생들은 연수원 교육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특히 연수원생은 1000여명에 이르지만,교육은 여전히 판·검사로 임관하는 상위 20∼30%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로 진출하는 나머지 70∼80%의 연수원생들은 불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데 2년을 허비한 셈이 된다는 것이다.
송병춘 33기 자치회장은 “연수원 교육을 이수해도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면서 “연수원을 폐쇄하는 것이 변호사 지망생들에겐 오히려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수원 교수 50여명 가운데 변호사 교육 전담교수는 2명에 불과하다.
변호사 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적어도 32명의 전담교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관계자는 “변호사 교육과정을 확충하는 등 연수원 교육방향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전임교수로 자리를 옮겨 후학을 교육하려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아 교수 충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장세훈 정은주기자 ejung@
일부 연수원생들은 성적이 상위 20∼30%에 들어야 판·검사 임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수 또는 휴학을 선택하기도 한다.이들은 졸업생의 70∼80%가 변호사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변호사 교육 전담교수가 단 2명뿐인 연수원의 현실을 문제로 지적한다.
●수준하락 NO, 실력차이 YES
연수원 A교수는 “연수원생 가운데 상위권 학생들은 과거 어느때 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현직 부장판사들도 “실력이 출중한 예비판사들을 많이 만난다.”면서 “이들은 판결문·공소장 등 실무에 능할 뿐만 아니라,법률지식도 상당한 수준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험에 합격한데 이어 연수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연수원생은 민법총칙 등 기본적인 법률 지식도 이해하지못해 합격생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연수원 B교수는 “연수원에서 암기식 학원 교육의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시험에서 과목별 배점이 같기 때문에 학습시간이 많이 필요한 민법 등을 소홀히 다루게 되고,결국 법학의 기본인 민법총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수험생이 버젓이 합격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연수원을 갓 졸업한 변호사에게 기본적인 법학 이론을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을 해 당황했다.”면서 “사법시험 제도는 법조인이 아니라,기술자를 양성하는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즉 연수원생 ‘1000명 시대’의 당면 과제는 연수원생들의 수준 저하가 아닌 양극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연수원 C교수는 “올해 시험 합격생들의 점수분포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최고점자와 최저점자의 차이가 예년보다 커져 ‘우열반’을 편성해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재수·휴학 ‘바람’
지난 96년까지 300명 수준이던 연수원생은 해마다 100여명씩 증가,지난해부터 1000여명이 입소하고 있다.반면 판·검사 임관 인원은 200명 안팎으로 묶여 있다.
때문에 연수원생들은 판·검사 임관을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러야 한다.이모(여·31기)씨가 지난 2001년 졸업시험을 치르다 숨을 거두는 등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수원 D교수는 “시험에 실패하면 다음해에 재도전할 수 있지만,연수원 성적은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다.”면서 “일부 합격생들은 연수원에 바로 들어오지 않고 학원 등에서 연수원 교육과정을 ‘예습’하기도 하며,연수원생 중에도 1학기 시험을 치른 뒤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휴학을 해 만회할 기회를 노리는 연수원생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H학원이 지난해부터 ‘연수원 예비과정’을 신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지난해에만 400여명이 이 과정을 거쳐갔다는 후문이다.이는 전체 사시 합격생의 40%에 이르는 수치다.
연수원 관계자는 “질병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휴학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스트레스 등으로 휴식이필요하다며 진단서를 들이미는 연수원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33기 연수원생은 “성적이 좋지 않은 수료생이 다시 사법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사례도 있다.”면서 “사법시험·연수원 성적으로 판·검사를 임관하는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연수원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더 큰 병폐를 양산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상위 30%를 위한 교육
연수원생들은 연수원 교육 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특히 연수원생은 1000여명에 이르지만,교육은 여전히 판·검사로 임관하는 상위 20∼30%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로 진출하는 나머지 70∼80%의 연수원생들은 불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데 2년을 허비한 셈이 된다는 것이다.
송병춘 33기 자치회장은 “연수원 교육을 이수해도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면서 “연수원을 폐쇄하는 것이 변호사 지망생들에겐 오히려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수원 교수 50여명 가운데 변호사 교육 전담교수는 2명에 불과하다.
변호사 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적어도 32명의 전담교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관계자는 “변호사 교육과정을 확충하는 등 연수원 교육방향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전임교수로 자리를 옮겨 후학을 교육하려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아 교수 충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장세훈 정은주기자 ejung@
2003-12-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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