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의 평원군 조승은 여러 공자들 가운데 어질고 빈객을 좋아하여 그의 밑으로 모여든 빈객이 수천 명이나 되었다.식객(食客)이라고도 불리는 빈객들은 일종의 두뇌집단 혹은 지식인 그룹으로 상대 제후국들에게 빈객의 자질에 따라 섣불리 공격할 생각을 단념하게 만들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평원군은 혜문왕과 효성왕 2대에 걸쳐 무려 세 차례나 재상 자리를 떠났다가 세 차례 다시 재상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이 시대의 4공자로서 천하에 이름을 떨쳤던 그였지만,그는 그렇게 비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본래 비교적 평범한 인물이었던 그가 사마천에게 “평원군은 혼탁한 세상에서 지혜와 재능이 하늘 높이 나는 새와 같다.”는 호평을 받은 데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집 누각은 민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평원군의 애첩이 누각에 올라가서는 민가에 사는 절름발이가 절뚝거리면서 물을 긷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큰소리로 비웃었다.그 웃음소리를 듣고 난 절름발이는 이튿날 평원군의 집 문 앞에 와서이렇게 말했다.“저는 공께서 선비를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선비들이 천 리를 멀다 하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공께서 선비를 소중히 여기고 첩을 하찮게 여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저는 불행히 다리를 절뚝거리고 등이 굽은 병이 있는데,당신의 첩이 저를 내려다보고 비웃었습니다.원컨대 저를 비웃은 저자의 목을 베어 주십시오.“
평원군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으니 가 보시오.” 그러나 평원군은 절름발이가 돌아가자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저 놈 좀 보게.한 번 웃었다는 이유로 내 애첩을 죽이라고 하니 너무하지 않은가?” 평원군은 첩을 죽이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그 뒤 1년 남짓한 사이에 주위의 사람들이 몇명씩 떠나가더니,어느새 빈객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평원군은 이를 이상히 여겨 말했다.“나는 여러분을 예우함에 있어 이렇다 할 만한 실수를 한 적이 없는데,어찌하여 떠나가는 자가 이처럼 많은 것이오?”
어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당신이 절름발이를 비웃은 자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선비들은 당신이 여색을 좋아하고 선비를 하찮게 여기는 인물로 생각하여 떠나는 것입니다.”평원군은 절름발이를 비웃은 애첩의 목을 베고,직접 절름발이가 사는 집의 문 앞까지 가서 그녀의 목을 내주면서 사과했다.그러자 그 뒤 그의 문하에 다시 선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평원군이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애첩의 목을 베면서까지 인재를 아끼려 한 것은 그가 다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일 만한 아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어떤 조직이든지 유능한 인재가 모여들지 않거나 잘 있던 인재도 떠난다면 그 조직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21세기는 어떤 대기업 회장의 말처럼 한 명의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서울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연구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가 하면 공과대를 그만두고 의과대나 한의대로 다시 진학하고 과학고나 외국어고의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는 의대로 진학하려고 한다.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을 지탱하는 힘은 적재적소의 인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과 무관한,심지어 문외한들이 조직을 장악하기도 한다.훌륭한 인재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이른바 자기 사람이니 측근이니 하는 이들을 멀리하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시각에서 일을 처리할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다.
김 원 중 건양대 교수 중문과
본래 비교적 평범한 인물이었던 그가 사마천에게 “평원군은 혼탁한 세상에서 지혜와 재능이 하늘 높이 나는 새와 같다.”는 호평을 받은 데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집 누각은 민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평원군의 애첩이 누각에 올라가서는 민가에 사는 절름발이가 절뚝거리면서 물을 긷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큰소리로 비웃었다.그 웃음소리를 듣고 난 절름발이는 이튿날 평원군의 집 문 앞에 와서이렇게 말했다.“저는 공께서 선비를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선비들이 천 리를 멀다 하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공께서 선비를 소중히 여기고 첩을 하찮게 여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저는 불행히 다리를 절뚝거리고 등이 굽은 병이 있는데,당신의 첩이 저를 내려다보고 비웃었습니다.원컨대 저를 비웃은 저자의 목을 베어 주십시오.“
평원군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알았으니 가 보시오.” 그러나 평원군은 절름발이가 돌아가자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저 놈 좀 보게.한 번 웃었다는 이유로 내 애첩을 죽이라고 하니 너무하지 않은가?” 평원군은 첩을 죽이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그 뒤 1년 남짓한 사이에 주위의 사람들이 몇명씩 떠나가더니,어느새 빈객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평원군은 이를 이상히 여겨 말했다.“나는 여러분을 예우함에 있어 이렇다 할 만한 실수를 한 적이 없는데,어찌하여 떠나가는 자가 이처럼 많은 것이오?”
어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당신이 절름발이를 비웃은 자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선비들은 당신이 여색을 좋아하고 선비를 하찮게 여기는 인물로 생각하여 떠나는 것입니다.”평원군은 절름발이를 비웃은 애첩의 목을 베고,직접 절름발이가 사는 집의 문 앞까지 가서 그녀의 목을 내주면서 사과했다.그러자 그 뒤 그의 문하에 다시 선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평원군이 자신이 그토록 아끼는 애첩의 목을 베면서까지 인재를 아끼려 한 것은 그가 다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일 만한 아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어떤 조직이든지 유능한 인재가 모여들지 않거나 잘 있던 인재도 떠난다면 그 조직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21세기는 어떤 대기업 회장의 말처럼 한 명의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서울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연구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가 하면 공과대를 그만두고 의과대나 한의대로 다시 진학하고 과학고나 외국어고의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는 의대로 진학하려고 한다.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을 지탱하는 힘은 적재적소의 인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과 무관한,심지어 문외한들이 조직을 장악하기도 한다.훌륭한 인재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이른바 자기 사람이니 측근이니 하는 이들을 멀리하고 객관적이며 이성적인 시각에서 일을 처리할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다.
김 원 중 건양대 교수 중문과
2003-12-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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