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버티기’… 정부 ‘백기’

LG ‘버티기’… 정부 ‘백기’

입력 2003-11-25 00:00
수정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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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문제가 채권단의 양보로 일단 급한 불은 컸지만 금융시장을 볼모로 한 LG그룹의 ‘버티기’에 채권단과 정부가 완패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높다.건전성 감독을 게을리한 금융당국과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도 문제이지만,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치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LG그룹,“정부약점 읽었다”

24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LG그룹은 막판까지도 LG카드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금감위 고위관계자는 “LG그룹은 당초 LG카드를 미국 캐피털사에 경영권까지 묶어 헐값에 매각한 뒤 완전히 손을 털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美캐피털그룹이 내부규정에 걸려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자 LG측은 울며겨자먹기로 1조원 자구로 돌아선 것”이라고 전했다.재경부 관계자도 “LG그룹이 주주로서의 유한 책임만 지겠다며 LG카드를 버리려 했다.”면서 “언뜻 보면 그럴 듯한 시장논리 같지만 (단물을 빼먹은 뒤)뒷설거지를 고스란히 채권단과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LG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LG카드에 물린 계열사가 별로 없었다는 점도 LG가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요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SK사태’때는 최태원 회장의 개인보증을 끝까지 끌어냈던 정부가 왜 이번에는 무기력하게 물러났을까.한마디로 LG측에 ‘수’를 모두 읽혔기 때문이다.LG카드는 가맹점만 268만개다.부도처리할 경우,전국 가맹점 시위→신용불량자 급증→카드 전반에 대한 불신 등 악순환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그렇다고 LG카드는 금융회사인 탓에 공적자금을 넣을 수도 없다.재경부 관계자는 “구 본무 회장의 개인보증이 있고없고는 실리적으로 별 차이가 없지만 자구의지를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하는 상징적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LG가 현금서비스 중단 등 극단적인 ‘자해행위’까지 감행해 밀릴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도 책임 면키 어려워

재경부 관계자는 “(4·3대책 발표이후)LG카드의 부실채권이 이렇게(8조원) 급속도로 불어날 줄 몰랐다.”며 상황파악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건전성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에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때문이다.과거 미국 C은행이 유동성 문제가 터졌을 때,미국 감독당국이 450명이나 되는 감독관을 은행에 투입했던 사례와 극명하게 대조된다.금감원은 뒤늦게 24일에서야 LG카드에 감독관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특단의 금융 구조조정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안미현기자 hyun@
2003-11-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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