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엔 시인과 비평가가 산다”/나희덕 글모음 ‘보랏빛은‘

“내속엔 시인과 비평가가 산다”/나희덕 글모음 ‘보랏빛은‘

입력 2003-11-19 00:00
수정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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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평가가 아니다.그러나 내 속의 시인은 내 안에 사는 비평가와 무관하지 않다.시를 읽거나 쓰는 동안 그 둘은 줄곧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어왔다.”시인 나희덕의 ‘보랏빛은 어디서 오는가’(창비 펴냄)는 시를 쓰는 내내 자신의 내면에 둥지를 틀고 있던 ‘비평 정신’에 대한 열망을 옮긴 글 모음이다.

시인은 먼저 시에 대한 사색의 실타래를 한올한올 풀어낸다.그 길목에서 고 문익환 목사의 시와 하이데거의 ‘낡은 구두’를 비교하면서 “예술은 삶에 대한 반어이자 그 반어의 반어”라고 정리하는가 하면 옥타비오 파스나 가스통 바슐라르의 시론에서 “또 하나의 시적 창조를 추동할 수 있는 맹아적 힘을 발견한다.”고 고백한다.

또 시인은 자신의 작품 비평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성성’ 표현에 대한 불편함을 들려준다.그 이면에 담긴 “작음·부드러움·곡선·세련됨·조용함” 같은 편견을 살짝 꼬집으면서 자신의 작품을 “갈등이 없는 무조건적 사랑으로 미화하거나,순종과 인내의 여성상으로 묶어두려는 선입견”에 대해 항변한다.이어 ‘자연’‘생태’‘전통’ 등이 어떻게 시로 구현되는가를 김기림·김소월·김혜순·최하림·오규원·이하석·고재종·김수영의 시를 통해 분석한다.

이윽고 섬세한 시인이 가진 상상력의 촉수는 다른 시인들의 세계로 뻗는다.습작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시인 정현종,김지하,강은교,고정희,장정일,김기택,최두석 등의 작품을 조명한다.‘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결국 빨강과 파랑이 섞인 보라색처럼 시론·시감상 등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창작’을 살찌운 시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았다.

이종수기자

2003-11-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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