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객기의 일상

[길섶에서] 객기의 일상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3-11-11 00:00
수정 200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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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산책하거나 산에 오를 때면 문득 나는 아직 멀었고,대자연에 비해 너무 왜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그때 조금 너그럽고,여유를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후회도 곧잘 뒤따른다.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감상이리라.

젊은 날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을 든다.생명이 움틀거리는,역동적인,그러면서도 한없이 너그러운 땅 위의 삶이 젊음을 자극했던 것 같다.마시지 못했던 술에 취해 열변을 토한 적은 또 몇 번이었던지….

그러나 지금,그때의 마음 추스름은 아스라하고 객기만 남아 허전하다.나이가 들어가면서 늘상 마지막 남는 것은 반성뿐이다.굳이 ‘뽐내고 건방진 것은 객기가 아님이 없나니,객기를 항복받은 뒤에라야 정기가 펴일 것이오.’라는 옛 글을 되뇌이지 않더라도 여전히 어리석음 속에서 허우적대는 내 평범한 일상을 본다.왜 이리 작고 가벼운 걸까.

낡은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으면 옛 마음이 되살아날는지.

양승현 논설위원

2003-11-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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