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에둘러 말하기

[길섶에서] 에둘러 말하기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2003-09-26 00:00
수정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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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둥글둥글 에둘러 할 수 있는 솜씨는 무릇 정치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꼭 갖춰야 할 ‘장비’다.매끄럽게 가다듬은 세 치 혀는 개장수에 올가미 격이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세금을 올리겠다는 말을 국가에 대한 기여도를 높인다는 표현으로 곧잘 바꿔 썼다.항공회사들은 비행기 추락사고를 ‘계획에 없던 착륙(unplanned landing)’이라고 말해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단어 대신 ‘원전 수거물’이라는 말이 쓰이게 됐다.그런다고 지역주민들이 갑자기 안심하게 되진 않겠지만 고심의 일단은 읽힌다.

둘러서 말하는 게 지나치면 슬슬 듣는 이들의 눈꼬리가 올라간다.동아일보 취재를 봉쇄한 청와대 관계자가 “개인의 취재 불응은 자유”라고 말했다.이 말까지 듣고서 개인적으로 취재에 응할 청와대 직원도 없겠지만,공인(public person)의 의무를 개인 차원의 자유로 바꿔친 주장에선 애교나 고심보다는 억지가 묻어난다.

강석진 논설위원

2003-09-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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