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의 플레이볼]이승엽 초심으로 돌아가라

[김광림의 플레이볼]이승엽 초심으로 돌아가라

김광림 기자 기자
입력 2003-09-25 00:00
수정 200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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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교내에 야구부가 창단되면서 처음 글러브를 낀 필자의 옛 기억을 더듬어 본다.당시엔 처음 보는 글러브와 배트가 마냥 신기했고,복잡한 규칙과 기본기는 신비스럽기까지 했다.그때부터 무수히 많이 들은 얘기 가운데 하나가 타격을 할 때는 공을 끝까지 보고 치라는 것.초년생 때는 공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타격 때마다 늘 들으면서도 쉽게 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엔 생각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이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그러기에 배트를 들고 코치의 지시에 따라 오직 공 하나 하나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필자가 어린시절의 케케묵은 이야기를 끄집어 낸 이유는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눈앞에 둔 이승엽(삼성)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야구인들은 타격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공 보고 공 치기’라는 말로 대신한다.이 말뜻은 해석하기에 따라 의미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필자는 이 말이야말로 타격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이승엽은 국내 최고의 타자다.국내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그에게 기술이나 이론적으론 조언할부분은 거의 없어 보인다.그런 이승엽이 얼마 전 삶의 동반자인 아내에게서 “밀어치세요.”라는 지적을 받았다.야구의 기본조차 모르는 아내가 이승엽의 스윙을 보고 밀어쳐야 된다고 말을 할 정도라면 이승엽이 지금 기본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조 디마지오의 재미있는 기록 하나를 살펴보자.뉴욕 양키스의 간판스타였던 디마지오가 상당히 긴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매일 야구장에 오는 아내로부터 조언을 들었다.“타격자세를 취했을 때 관중석에서 등번호가 보였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전문가들이 말하는 상체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었다.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인 디마지오는 결국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56연속경기 안타 기록을 세웠다.아내의 교과서적인 조언과 함께 디마지오가 슬럼프 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연습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승엽은 평상시처럼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된다.많은 생각을 하면 오히려 좋지 않다.요즘의 이승엽에게는 편안함을가질 수 있는 시 한 소절이나 명상록과 같은 책 한 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편안한 마음으로,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공만 보고 친다면 신기록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광주방송 해설위원 kkl33@hanmail.net
2003-09-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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