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에게 책을,미래에 희망을’이라는 주제의 ‘북스타트’ 국제 심포지엄이 북스타트한국위원회(대표 도정일)주최로 22일 영국과 일본의 북스타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북스타트 운동은 1992년 영국에서 시작된 뒤 일본과 호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생후 6∼7개월의 영아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연구의 목적은 책을 매개로 영아와 부모의 상호 작용이 향상되는지,영아의 발달과 책읽는 사회분위기 확산 등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북스타트한국위원회 서해성 사무처장의 ‘사회적 모성을 위한 시작’과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의 ‘한국의 북스타트 시범운동 효과에 관한 연구’를 소개한다.
한국사회는 파시즘의 오랜 지배와 이에 결탁한 거대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공공의 영역,즉 퍼블릭의 부재가 심화돼 시민사회의 형성이 어려웠다.따라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회·문화적 프로그램과 제도의 빈약한 상태가 지속되었다.그럼에도 일제 강점기,광복 후 이오덕·권정생 등 어린이의 세계를 온전히 형성시키고자 활동을 해온 분들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부의 세습이 문화·교양·지식·정보·학력의 세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비유컨대 ‘젖배 곯는 아이’는 거의 없어졌으나 ‘책배 곯는 아이’는 여전하거나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북스타트 운동은 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빈부,동서,민족분단,디지털을 비롯한 기계문명에 대한 경도,극단적 사교육 열풍 등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비이성적 낡은 이념의 지형이자 시장중심의 가치형성을 넘어서는 ‘사회적 선’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다분히 모성적인 이 프로그램의 지향과 활동 방향은 사회를 따뜻하게 감싸고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한국사회의 개개인은 그동안 좌우 또는 동서 문제를 선택하도록 요구받았으나 북스타트는 그보다 더 근본에 관한 고민에서 출발하는 동시에 선택을 뛰어넘는 대목이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지렛대와 지혜가 되지 않는가 싶다.
지난 4월부터 북스타트 운동에 참여한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생후 6∼7개월의 영아 152명과 부모,이에 참여하지 않은 D구의 영아 29명과 부모를 3개월동안 비교한 결과,책을 읽어준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에 비해 인지와 언어 발달이 빠르고 사회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40개 항목 가운데 30개의 항목에서 북스타트 참여 영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고 3개월의 단기간이어서 효과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지만,영아기 때부터 책을 접하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며,청소년기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장기 연구가 요구된다.
아울러 ‘사회적 모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지방자치단체가 문화정책과 집행에 할애하는 재정 비율은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이다.그래서 북스타트가 문화재정을 분산해서 사용토록 할까봐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따라서 지자체 책임자와 공무원 등에게 교육을 포함한 북스타트에 관한 인식을 넓히는 일이 시급하다.재정 부담이늘어난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연구와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한국에는 430여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으나 영아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세번째,북스타트가 문화적 수혜를 균등하게 누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음에도 맞벌이 부부나 중산층 중심의 활동이 됨으로써 오히려 빈곤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북스타트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활동가가 실질적으로 전무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게 한다.
북스타트 운동은 전인적 인간을 위한 문화적 정서 함양,육아 스트레스 해소,독서시장 형성과 인문학적 사회분위기 형성,디지털의 비인간적 문명과 살인적인 조기 교육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비록 제약은 많지만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의 영역인 만큼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는 파시즘의 오랜 지배와 이에 결탁한 거대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공공의 영역,즉 퍼블릭의 부재가 심화돼 시민사회의 형성이 어려웠다.따라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회·문화적 프로그램과 제도의 빈약한 상태가 지속되었다.그럼에도 일제 강점기,광복 후 이오덕·권정생 등 어린이의 세계를 온전히 형성시키고자 활동을 해온 분들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부의 세습이 문화·교양·지식·정보·학력의 세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비유컨대 ‘젖배 곯는 아이’는 거의 없어졌으나 ‘책배 곯는 아이’는 여전하거나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북스타트 운동은 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빈부,동서,민족분단,디지털을 비롯한 기계문명에 대한 경도,극단적 사교육 열풍 등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비이성적 낡은 이념의 지형이자 시장중심의 가치형성을 넘어서는 ‘사회적 선’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다분히 모성적인 이 프로그램의 지향과 활동 방향은 사회를 따뜻하게 감싸고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한국사회의 개개인은 그동안 좌우 또는 동서 문제를 선택하도록 요구받았으나 북스타트는 그보다 더 근본에 관한 고민에서 출발하는 동시에 선택을 뛰어넘는 대목이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지렛대와 지혜가 되지 않는가 싶다.
지난 4월부터 북스타트 운동에 참여한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생후 6∼7개월의 영아 152명과 부모,이에 참여하지 않은 D구의 영아 29명과 부모를 3개월동안 비교한 결과,책을 읽어준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에 비해 인지와 언어 발달이 빠르고 사회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40개 항목 가운데 30개의 항목에서 북스타트 참여 영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고 3개월의 단기간이어서 효과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지만,영아기 때부터 책을 접하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며,청소년기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장기 연구가 요구된다.
아울러 ‘사회적 모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지방자치단체가 문화정책과 집행에 할애하는 재정 비율은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이다.그래서 북스타트가 문화재정을 분산해서 사용토록 할까봐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따라서 지자체 책임자와 공무원 등에게 교육을 포함한 북스타트에 관한 인식을 넓히는 일이 시급하다.재정 부담이늘어난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연구와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한국에는 430여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으나 영아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세번째,북스타트가 문화적 수혜를 균등하게 누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음에도 맞벌이 부부나 중산층 중심의 활동이 됨으로써 오히려 빈곤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북스타트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활동가가 실질적으로 전무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게 한다.
북스타트 운동은 전인적 인간을 위한 문화적 정서 함양,육아 스트레스 해소,독서시장 형성과 인문학적 사회분위기 형성,디지털의 비인간적 문명과 살인적인 조기 교육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비록 제약은 많지만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의 영역인 만큼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2003-09-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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