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이다’ 리뷰/엑스트라 1000여명… 2막 개선행진 ‘장관’

오페라 ‘아이다’ 리뷰/엑스트라 1000여명… 2막 개선행진 ‘장관’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2003-09-22 00:00
수정 2003-09-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탈리아 파르마극장을 초청한 야외 오페라 ‘아이다’는 재미있었다.잠실 서울올림픽경기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세 시간을 어떻게 버티나.”하는 걱정이 앞섰다.‘투기성 공연’이라는 비판여론이 없지 않았고,폭우로 하루 늦게 막을 올리는 바람에 을씨년스러울 만큼 빈자리도 많았다.그러나 비내린 뒤끝의 청량한 밤공기가 상쾌했던 19일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지루하지 않았다.

오후 8시10분쯤 헬리콥터 한대가 축하비행이라도 하는 듯 굉음을 울리며 운동장 상공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공연은 시작됐다.라다메스 역의 테너 주세페 자코미니는 당당하면서도 윤기흐르게 ‘청아한 아이다’를 불러 초반부터 “브라보”를 이끌어냈다.

수에즈운하의 개통을 축하하는 오페라 답게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인질로 잡혀온 에티오피아공주 아이다와 사랑에 빠지자,이집트공주 암네리스가 질투하여 비극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초반에 만족스럽지 못했던 음향은 갈수록 좋아졌다.도나토 렌제티가 지휘한 파르마극장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대단히 빼어나다는 것도 후반부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기계의 도움을 빌리는 공연의 특성이다.한동안 틀어놓아야 소리가 좋아지는 것은 가정용 음향기기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다.

2막의 개선행진 장면은 주최측이 큰소리친 대로 장관이었다.10마리의 코끼리와 6마리의 낙타,50여마리의 말이 시선을 잡아끌었지만,트랙을 한바퀴 휘돌고도 남는 1000여명의 엑스트라는 더욱 감탄스러웠다.행렬이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을 기다려 유명한 ‘개선행진곡’을 두 차례 연주한 것도 관람객들에게는 ‘보너스’였다.

화려한 전반부보다 비극적인 후반부에 오페라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던 데는 무대미술의 힘이 컸다.파스텔 톤의 푸른색을 밝게 혹은 어둡게 조절하며,붉은색을 있는듯 없는듯 격조높게 사용한 ‘프로젝트 빔’은 이탈리아가 미술의 나라라는 것을 실감케했다. 4막에서 질투심으로 라다메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암네리스와, 라다메스와 운명을 함께하려는 아이다가 스탠드에서는 구별이 불가능한 푸른색 드레스를나란히 입은 것은 “누구든 아이다가 될 수도,암네리스도 될 수도 있다.”는 의도된 연출은 아니었을까.

‘아이다’는 볼만 했지만,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하다.19일 1만5000여명에 이어 20일과 21일에는 각각 3만여명 정도가 찾았다.8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기대 만큼 관람객을 동원하지 못한 것은 주최측의 몫일 것이다.그러나 이 이탈리아제(製) 오페라가 개선행진에 엑스트라로 참여한 고교생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것 말고,우리음악계에 무엇을 남겼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서동철 기자 dcsuh@
2003-09-22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