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사로운 마음보다는 인간이 한 공과(功過)만을 따져라.” 공명정대한 법치를 절규한 비운의 천재 한비(韓非)의 말이다.한비는 전국시대 한(韓)나라의 공자(公子)였다.당시 그의 조국은 전국칠웅(戰國七雄) 가운데 가장 작고 약하여 비애와 굴욕을 처절하게 느껴야 했다.조국의 위태로움을 바라보다가 군주에게 엄정한 법치를 건의했으나 외면당하여 비분강개한 심정으로 울분을 토로한 책이 바로 ‘한비자’다.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한 한비는,골육상잔이 난무하고 오직 힘만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군주가 아무런 원칙없이 인의(仁義)라는 도덕 리더십으로 다스리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한비는 그들을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으로 법치를 제시했다.그가 보기에 강제와 구속을 생명으로 하는 법은 강력한 통치수단이었다.
한비는 군주가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방법에 일곱 가지가 있다고 했다.첫째,상과 벌은 옳고 그름에 따라 준다.둘째,화와 복은 선과 악에 따라 내린다.셋째,죽이고 살리는 것은 법에 따라 내린다.넷째,덕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사사로운 애정과 증오에 따르지 않는다.다섯째,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을 가릴 때는 다른 사람의 비난과 칭찬에 좌우되는 일이 없다.여섯째,기준이 있어서 마음대로 헤아리는 일이 없다.일곱째,법의 집행에 신뢰가 있어서 사기치는 일이 없다.
물론 법을 빈틈없이 정비했다 해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군주 혼자 천하를 다스리긴 불가능하므로 많은 관리를 두어 법을 운용하게 한다.하지만 군주와 신하의 이익은 상충하기 마련이므로,신하가 제대로 따라오게 요령을 발휘해야 한다.무엇보다도 군주는 신하에게 함부로 속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지략이나 지혜를 감추어야 한다.그래야만 신하들이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는 것이다.군주는 신하가 하는 대로 일을 맡겨두고 철저히 성과에 따라 상벌을 단행하는 것이 통치술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실주의에 입각한 한비의 법치를 받아들인 진시황은 서쪽 변방의 진나라에서 출발하여 동쪽 여섯 나라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마침내 드넓은 중국을 통일하고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중국을 일사불란하게 다스리게 된다.물론 진시황의 통치 방식에 문제가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죽은 진시황이 13억 중국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이에 비해 한비의 간언을 무시한 한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최근 청와대 모 인사의 향응제공 사건의 수사 진행 과정,대구 U대회의 진행과정,현대자동차 파업해결과정이나 지금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화물운송노조의 파업,그리고 행자부 장관 해임안 제출을 둘러싼 여야의 끊임없는 대치,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정 홍보부족 탓이라고 말하는 현 정부의 무사안일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인 우리는 빠지고,그것도 중국이 회담결과의 요약문을 발표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현 정부의 리더십의 부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내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어 실마리조차 찾기 힘든 요즘,공평무사한 법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것은 간단하다.법을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하여 추호의 사사로움을 두지 말며,털끝만큼의 흔들림이 없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김 원 중 건양대 교수 중문학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한 한비는,골육상잔이 난무하고 오직 힘만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군주가 아무런 원칙없이 인의(仁義)라는 도덕 리더십으로 다스리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한비는 그들을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으로 법치를 제시했다.그가 보기에 강제와 구속을 생명으로 하는 법은 강력한 통치수단이었다.
한비는 군주가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방법에 일곱 가지가 있다고 했다.첫째,상과 벌은 옳고 그름에 따라 준다.둘째,화와 복은 선과 악에 따라 내린다.셋째,죽이고 살리는 것은 법에 따라 내린다.넷째,덕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사사로운 애정과 증오에 따르지 않는다.다섯째,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을 가릴 때는 다른 사람의 비난과 칭찬에 좌우되는 일이 없다.여섯째,기준이 있어서 마음대로 헤아리는 일이 없다.일곱째,법의 집행에 신뢰가 있어서 사기치는 일이 없다.
물론 법을 빈틈없이 정비했다 해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군주 혼자 천하를 다스리긴 불가능하므로 많은 관리를 두어 법을 운용하게 한다.하지만 군주와 신하의 이익은 상충하기 마련이므로,신하가 제대로 따라오게 요령을 발휘해야 한다.무엇보다도 군주는 신하에게 함부로 속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지략이나 지혜를 감추어야 한다.그래야만 신하들이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는 것이다.군주는 신하가 하는 대로 일을 맡겨두고 철저히 성과에 따라 상벌을 단행하는 것이 통치술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실주의에 입각한 한비의 법치를 받아들인 진시황은 서쪽 변방의 진나라에서 출발하여 동쪽 여섯 나라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마침내 드넓은 중국을 통일하고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중국을 일사불란하게 다스리게 된다.물론 진시황의 통치 방식에 문제가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죽은 진시황이 13억 중국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이에 비해 한비의 간언을 무시한 한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최근 청와대 모 인사의 향응제공 사건의 수사 진행 과정,대구 U대회의 진행과정,현대자동차 파업해결과정이나 지금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화물운송노조의 파업,그리고 행자부 장관 해임안 제출을 둘러싼 여야의 끊임없는 대치,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정 홍보부족 탓이라고 말하는 현 정부의 무사안일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인 우리는 빠지고,그것도 중국이 회담결과의 요약문을 발표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현 정부의 리더십의 부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내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어 실마리조차 찾기 힘든 요즘,공평무사한 법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것은 간단하다.법을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하여 추호의 사사로움을 두지 말며,털끝만큼의 흔들림이 없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김 원 중 건양대 교수 중문학
2003-09-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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