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일 특파원의 워싱턴 엿보기/신약 만들어낸 父性愛

백문일 특파원의 워싱턴 엿보기/신약 만들어낸 父性愛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3-08-28 00:00
수정 200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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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경영학부를 나와 금융 컨설턴트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한 아버지가 희귀병에 걸린 어린 두 자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하던 일을 버리고 스스로 신약개발에 뛰어든 스토리로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존 크로리는 1998년 봄 15개월 된 딸이 제대로 걷지를 못해 병원에 갔다가 염색체 이상에 의한 ‘폼페(Pompe)’ 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당을 만드는 효소 엔자민이 부족해 근육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은 심장에 문제가 생겨 죽는 희귀병이다.

이때부터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걷게 되고 그의 피나는 노력으로 치료제 개발이 진전을 이뤘다.둘째 아들도 같은 해 똑같은 병에 걸리자 그는 컨설턴트직을 버리고 생명공학 과학자들을 만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팀을 짰다.

우선 집을 담보로 10만달러를 투자,벤처 캐피털을 창업했고 치료의 가능성을 보인 엔자민 개발에 성공한 3년 뒤에는 2700만달러의 기업으로 키웠다.그는 2001년에 1억 3750만달러를 받고 매사추세츠의 희귀병 치료약 제조업체인 젠자민에 기업을 넘겼다.젠자민사에서 치료제 개발을 맡았으나 임상실험시 약의 투여권은 갖지 못했다.

지난해 초 임상실험에 필요한 치료제를 확보했으나 그의 두 자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실험을 의뢰받은 필라델피아 병원이 공평성을 이유로 기업 간부 자녀를 실험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낙담한 그는 플로리다대 의료진에게 남매의 임상실험을 요청했다.그러나 여기서도 퇴짜를 맞았다.그럼에도 약을 개발하겠다는 그의 노력은 계속됐고 지난해 11월 FDA의 신청을 받는 것과 함께 두 자녀에 대한 임상실험 승인을 마침내 얻어냈다.

2주마다 엔자민 정맥주사를 맞은 뒤 현재 6살인 그의 딸은 심장 크기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으나 4살인 아들은 아직 큰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젠자민사는 2005년쯤 FDA의 시판 승인을 예상하고 있다.

젠자민측은 모든 ‘공과’는 현재 회사를 그만둔 크로리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mip@
2003-08-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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