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쉬움이 많습니다.기회만 되면 언제든 다시 떠날겁니다.”
참 독한 사람이다.반평 남짓한 땅속 참호에서 석달씩 꼼짝도 못하고 홀로 지내야했던 숨막히는 시간들은 벌써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일까.2001년부터 지난 5월까지 두해 겨울을 온통 시베리아 호랑이의 발자취를 좇는 데 쏟아부은 것도 모자랐는지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배어 있다.
EBS 박수용(사진·39)프로듀서.지난 97년 영국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피같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시베리아 야생호랑이의 위용을 안방에 선사했던 그가 6년 만에 다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14·15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2부작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밀림이야기’는 박 PD와 이효종 PD,그리고 장진,순동기씨 등 두 조연출이 오랜 인내와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끝에 건져올린 빛나는 영상기록물이다.
이들은 2001년 10월 러시아 연해주 페트로바(두만강 동북쪽)일대 100여㎞에 걸쳐 10여개의 잠복지를 만들었다.그리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호랑이를 무작정 기다렸다.언 주먹밥을 녹여 끼니를 때우고,배설물을 곧바로 밀봉해 처리해야 하는 극한 생존 환경과 파도소리의 횟수를 셀 정도로 지독한 외로움속에서도 오직 호랑이를 찍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냈다.
화면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쏘아보며 걸어오는 호랑이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자주 등장한다.자연 상태 그대로의 호랑이를 찍고 싶어 철저하게 잠복 촬영을 했지만 예민하기 이를데없는 호랑이가 낌새를 채고 잠복지를 공격해오는 아찔한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다.한번은 카메라를 든 박 PD의 팔뚝에 호랑이의 수염이 스치는 등골 서늘한 경험도 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제작진의 카메라에 어미와 세마리의 새끼 호랑이들이 포착됐다.1부 ‘시베리아 호랑이 3대의 죽음’은 밀렵꾼의 총에 맞거나 덫에 걸려 죽은 호랑이 가족의 비참한 최후를 기록했다.2부 ‘침묵의 추적자들’은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에 처한 여진족의 후예 우데게족의 이야기를 담았다.박 PD는 “한때 밀림이었던 이곳이 벌목으로 황폐화되면서 지금은 밀렵천국으로 변했다.”면서“연해주 북쪽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가 6년새 절반으로 줄어 15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순녀기자 coral@
참 독한 사람이다.반평 남짓한 땅속 참호에서 석달씩 꼼짝도 못하고 홀로 지내야했던 숨막히는 시간들은 벌써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일까.2001년부터 지난 5월까지 두해 겨울을 온통 시베리아 호랑이의 발자취를 좇는 데 쏟아부은 것도 모자랐는지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배어 있다.
EBS 박수용(사진·39)프로듀서.지난 97년 영국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피같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시베리아 야생호랑이의 위용을 안방에 선사했던 그가 6년 만에 다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14·15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2부작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밀림이야기’는 박 PD와 이효종 PD,그리고 장진,순동기씨 등 두 조연출이 오랜 인내와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끝에 건져올린 빛나는 영상기록물이다.
이들은 2001년 10월 러시아 연해주 페트로바(두만강 동북쪽)일대 100여㎞에 걸쳐 10여개의 잠복지를 만들었다.그리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호랑이를 무작정 기다렸다.언 주먹밥을 녹여 끼니를 때우고,배설물을 곧바로 밀봉해 처리해야 하는 극한 생존 환경과 파도소리의 횟수를 셀 정도로 지독한 외로움속에서도 오직 호랑이를 찍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냈다.
화면에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쏘아보며 걸어오는 호랑이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자주 등장한다.자연 상태 그대로의 호랑이를 찍고 싶어 철저하게 잠복 촬영을 했지만 예민하기 이를데없는 호랑이가 낌새를 채고 잠복지를 공격해오는 아찔한 순간들이 여러번 있었다.한번은 카메라를 든 박 PD의 팔뚝에 호랑이의 수염이 스치는 등골 서늘한 경험도 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제작진의 카메라에 어미와 세마리의 새끼 호랑이들이 포착됐다.1부 ‘시베리아 호랑이 3대의 죽음’은 밀렵꾼의 총에 맞거나 덫에 걸려 죽은 호랑이 가족의 비참한 최후를 기록했다.2부 ‘침묵의 추적자들’은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에 처한 여진족의 후예 우데게족의 이야기를 담았다.박 PD는 “한때 밀림이었던 이곳이 벌목으로 황폐화되면서 지금은 밀렵천국으로 변했다.”면서“연해주 북쪽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가 6년새 절반으로 줄어 15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순녀기자 coral@
2003-08-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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