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햇볕정책과 ‘자유의 소리’ 방송

[데스크 시각] 햇볕정책과 ‘자유의 소리’ 방송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2003-07-04 00:00
수정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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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부장관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사석에서 “햇볕정책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 않으냐.잘못한 것까지 다 계승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굳이 윤장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DJ때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체제문제 등 소위 ‘남북관계에 손상을 가져올지 모르는’ 민감한 사안에서는 그때와의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윤장관 역시 북한인권에 대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남북관계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로 입장을 대신했다.

굳이 말하자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처럼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지향점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도 아닌,그러면서 북한의 눈치도 보고 미국의 눈치도 보는 어중간한 ‘상황논리’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2000년 6·15정상회담 당시 검찰 고위직에 있던 한 인사는 검찰이 대북 송금사실을 첫 포착한 시점은 회담 몇달 뒤인 그해 말이었다고 했다.지금 검찰을 떠난 이 인사는 “당시 분위기상 수사착수는 엄두도 못냈지만 대신 DJ정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줄곧 지켜봤다.”고 했다.그러면서 적당한 시점에 사실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했으면 될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진실을 밝히지 못한 데는 여러 까닭이 있을 것이다.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다는 것도 일리있는 말이다.하지만 ‘단돈 1달러도 정상회담의 대가로 준 적이 없다.’고 한 거짓이 초래한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국민을 상대로 북한의 진실성을 호도했다는 점이다.‘대가 없이 회담에 임한’ 김정일은 통큰 인물로 묘사됐고,곧 중국식 개혁을 시작할 사람이라는 걸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미국은 지금 핵문제 등과 관련,크게 세가지 방향에서 대북압박을 진행하고 있다.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해상·공중봉쇄,인권개선,그리고 핵문제에 대해 유엔 등 다자 틀에 의한 압박이다.PSI는 지난 5월 처음 선보인 개념이지만 경제압박,인권,국제적 압박은 미국이 과거 동구 민주화를 지원할 때 썼던 전통적인 체제접근법이다.

냉전시절 서방은 동구를 상대로군사,경제적 압박과 함께 자유노조를 지원하고 반체제 인사,지하단체 활동을 비밀지원했다.체제변혁을 위해서는 그 사회의 민주적 체질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미국이 북한정권에 대해서도 이 방법을 동원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NGO인권단체들은 북한주민을 상대로 ‘자유의 소리’방송도 틀고 라디오를 넣은 풍선도 띄워보내겠다고 한다.

2년여 전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한 영국정부는 지금 북한 유학생을 선발해 본국에 데려가 영어를 가르치고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가르치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고 한다.‘잡은 물고기를 나눠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게 낫다.’는 당연한 이치에서다.

대북송금과 150억원 비자금 스캔들은 한두번의 정상회담이 그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근거 없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거기에 출세주의자,기회주의자들이 끼어들어 사건을 더 추잡스럽게 만들었을 뿐이다.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제전반의 건강성,개방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대북정책의 큰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기동 국제부장 yeekd@
2003-07-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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