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양귀비꽃

[길섶에서] 양귀비꽃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2003-06-28 00:00
수정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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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닥 줄기 끝에 달린 동그란 꽃의 요염함은 안록산의 난을 부른 당나라 현종의 비인 ‘양귀비’의 경국지색을 미뤄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화판은 긴 젖가락 끝에서 맴도는 ‘접시돌리기’ 곡예를 연상케 했고,꽃색은 선홍빛으로 빛났다.보는 이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농염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양귀비꽃은 국내 자생식물의 보고 경기도 용인 한택식물원에서도 단연 ‘6월의 꽃의 여왕’이었다.산수국·비비추·나리꽃·초롱꽃·백리향 등이 저마다의 자색을 뽐냈지만 양귀비꽃의 화사함과 농염함에 비할 바 아니었다.모처럼 활짝 핀 양귀비꽃을 완상하는 기쁨은 각별했다.물론 꽃 자체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아편의 원료라는 이유로 언젠가부터 ‘금지된 꽃’,‘잃어버린 꽃’이 된데 대한 진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반가움을 증폭시켰는지 모른다.

일년생 초본류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의 양귀비꽃을 잃은 인간의 어리석움에 대해 문일평은 ‘화하만필(花下漫筆)’에서 이렇게 물었다.“이것이 과연 양귀비의 잘못일까,또는 그것을 악용하는 인류의 잘못일까?”

김인철 논설위원

2003-06-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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