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몰카 치안’

[씨줄날줄] ‘몰카 치안’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6-27 00:00
수정 200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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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CC)TV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현대인은 잠에서 깨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CCTV의 포로 신세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2054년을 가상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최첨단 범죄예방 시스템에 의해 ‘미래의 살인자’로 지목된다.크루즈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수포로 돌아간다.신호등,상가,지하철 등 곳곳의 감시카메라가 눈의 홍채로 그를 인식하고 경찰에 실시간으로 통보하기 때문이다.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경고한 ‘빅 브러더’가 영화속에서 소름끼치는 소재로 현실화한 것이다.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주택가 도로에 연말까지 방범용 CCTV가 340여대 설치된다.올해 말까지 동마다 평균 16대의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지난해 말부터 5대의 CCTV를 시험가동중인 논현1동은 300m에 1대꼴로 CCTV가 빽빽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범죄예방’과 ‘사생활 침해’라는 상반된 시각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문제는 ‘CCTV 설치지역’이라는 표지판을 달지 않고 ‘몰카’(몰래카메라)식으로 운영한다는 데 있다.경찰의 ‘몰카 치안’이라고 할까.범인 검거의 효율성을 감안한 조치겠지만,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화면이 유출돼 악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몰카’공포증을 부채질하는 결과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호주는 최근 CCTV를 설치할 때 설치목적을 밝히는 안내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사생활 침해가 걱정될 때는 설치 자체가 불허된다.캐나다와 덴마크에서도 촬영사실을 알리지 않고는 CCTV를 운영할 수 없게끔 돼 있다.

세계는 지금 사생활 보호를 위한 ‘반(反)감시권 운동’이 확산일로다.가족간에도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사생활 침해를 뒤늦게 깨달은 강남구민들이 CCTV 제거를 다시 요구하지나 않을는지….하루종일 ‘몰카’,‘폰카’에 시달리다 집으로 오면 골목길 CCTV가 또 노려본다? 지혜로운 CCTV 운영을 기대해 본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3-06-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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