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경제살리기엔 너나 없다

[CEO 칼럼] 경제살리기엔 너나 없다

김주형 기자 기자
입력 2003-06-23 00:00
수정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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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택시를 탔다.기분좋게 인사를 건네는 40대 중반의 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초·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그와 나눈 많은 이야기 중에 가슴을 짓누르는 대목이 있었다.

“요즘 몹시 힘듭니다.아침 출근 때 잠깐 손님이 있고,낮에는 거의 빈 차로 다니다가 저녁에야 손님이 보일 정도입니다.이렇게 힘들어서야….IMF사태 때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의 푸념섞인 말을 들으며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백화점의 세일행사가 썰렁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한다.

경영자에게도 현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신상품을 내놓아도 이전보다 반응이 오지 않는다.기존 상품들도 매출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경영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설상가상으로 노사문제,북핵문제라는 복병까지 도사리고있다.이들은 경제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본질보다 주변에 너무 많은 국력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대부분의 국민들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각종 게이트나 의혹,비리 등에 식상해 있지 않을까.상황이 갈수록 꼬여가는데도 지도자들은 서로 힘을 모아 대책을 내놓겠다는 생각보다 다른 일에 더 골몰해 있는 것 같다.‘이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조급증까지 들 정도이다.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우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단기간에 IMF사태를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이다.아이의 돌반지까지 내놓는 국민의 정성 앞에 IMF위기도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외국에서도 경제 회생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많다.정부가 자국기업의 이익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뒤를 봐주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특히 선진국일수록 경제문제에 직면하면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많다.

얼마전 경제계는 모처럼 한 목소리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았다.경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경제계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하지만 경제계의 목소리는 정치권의 외면으로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국민들도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행동양태를 바꿔야 한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소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1인당 국민소득이 부자 나라의 4분의1밖에 안되는 나라가 씀씀이로는 세계 1위라고 한다.무조건 쓰고 보자는 심산에서 마구 그어댄 카드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마치 내일이 없는 국민들처럼 펑펑 써대는 이 나라를 어느 누가 제대로 평가를 해주겠는가.

우리나라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정치·경제·사회 어느 부문 하나 문제가 없는 곳이 없어 보인다.국민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국민의 마음을 속시원히 해결해줄 수 있는 여름날의 소나기가 필요하다.지금 국민들이 고대하는 소나기는 다름아닌모든 계층이 경제 회생을 위해 힘을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 주 형 CJ(주) 사장
2003-06-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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