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오페라는 물렀거라 / ‘우리식 무대’ 펼친다

블록버스터 오페라는 물렀거라 / ‘우리식 무대’ 펼친다

입력 2003-06-03 00:00
수정 200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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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투란도트’가 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내리자,가을에는 ‘아이다’가 올림픽경기장 무대에 오르는 등 ‘블록버스터 오페라’가 음악계를 휩쓸고 있다.다행스럽게도 이런 상업적인 초대형 공연에 맞서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조용히 태동하고 있다.작곡가 김영동의 작업과 판소리 명창 안숙선의 구상이 대표적이다.

●한국적 대형공연으로 맞불을 놓는다

김영동은 음악극 ‘토지’를 최근 음반으로 냈다.박경리의 대하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그는 “투란도트나 아이다가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식의 음악적 논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서둘러 음반을 냈다.”고 말한다.

‘토지’는 상업적 논리와는 철저하게 반대로 간다.아무도 위촉하지 않은 작업이니,작곡료는 한푼도 없다.반면 음반을 내는 비용은 자비로 충당했다.출연진만 14명에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서울대연합합창단,특별연주자까지 150여명의 연주자가 동원됐다.그로서는 ‘천문학적 액수’가 들어갔다.

‘토지’는 70분 남짓한 분량이다.‘귀에 들리는 노래’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길상의 노래 ‘그대는 바다입니까’가 대표적이다.‘어디로 갈거나’같은 ‘히트곡’의 작곡가이니 특별한 일도 아니다.

김영동은 칸타타건,오페라건,뮤지컬이건 어떤 장르로도 공연이 가능하도록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가사를 쓴 이승하 중앙대 교수와 2시간 분량으로 늘리는 작업도 하고 있다.국적있는 초대형공연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김영동이 처음부터 ‘블록버스터의 대항마’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그는 1994년 ‘토지’ 완간 기념 잔치에서 축하공연을 했을 만큼 박경리와 가깝다.1995년에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하여 ‘토지’의 일단을 선보이기도 했다.거의 10년 가까이 매달린 작업이다.

그는 “이런 정도의 공연을 올릴 수 있어야 문화적 역량이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지않겠느냐.”면서 가을을 목표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철저하게 음악적 순수성을 되찾는다

음악인들이 블록버스터 오페라를 곱지않게 보면서도 현실적으로 해볼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은 없다.오로지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작업을 되돌아보는기회가 됐을 뿐이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이 마이크를 쓰지 않는 공연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반성의 결과일 것이다.장소도 한옥집을 생각하고 있다.판소리 공연의 역사적 전통에 맞는 공간인 데다,대청과 마당 등을 옮겨다니면서 각 대목의 상징성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판소리 공연장소는 과거 ‘마당’에서 극장으로 바뀌었고,관람객이 늘어나면서 다시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옮겨갔다.스피커의 사용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최근 젊은 소리꾼들이 소리의 공력을 쌓기보다 ‘예쁜 소리’를 내는데 급급해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결과라고 본다.

안숙선을 ‘부추긴’ 공연기획가 강준혁은 상업주의적 공연에 대항하는 방안은 철저하게 처음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너무나도 상업적인 초대형 공연이,공연예술계가 순수성을 되찾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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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기자 dcsuh@
2003-06-0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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