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20인 ‘문학의 젖줄’ 탐험 / 평론가 문혜원씨 ‘문학의 영감이 흐르는 여울’

작가 20인 ‘문학의 젖줄’ 탐험 / 평론가 문혜원씨 ‘문학의 영감이 흐르는 여울’

입력 2003-05-28 00:00
수정 2003-05-2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성 문학평론가 문혜원(38)이 낸 ‘문학의 영감이 흐르는 여울’(문학사상사)은 작가 20인과의 인터뷰를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라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기엔 책의 문학적 향기가 너무 진하다.그가 89년 등단한 이후 문학이란 바다에서 낚아온 모든 정보를 키로 삼아 그리는 작가들의 내면 풍경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먼저 그는 치밀한 준비로 탐험의 대상인 작가에게 몰입하게 한 뒤 여행을 안내한다.때론 의문부호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팽팽하게 당겼다가,때론 무릎을 치며 감탄사를 내게 한다.그가 작가 탐험을 이끄는 지도는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다른 예술’이다.문혜원은 작가 20인의 세상을 여행하면서 그들에게 문학이란 젖줄을 댄 음악·영화·무용·사진 등 예술의 ‘상동(相同)기관’들을 보여준다.그의 진지한 물음에,소설가와 시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낳은 탯줄이 무엇인지 고백한다.

무용평론가이자 시인 김영태는 “춤은 상상력이어서 시와 가깝고,시의 짧음은 무용의 ‘순간적으로 사라짐’을 닮았다.특히 둘은 ‘여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통한다.”고 들려준다(40∼41쪽).또 시인 황동규는 “시에 장면을 주는 걸 좋아하는데,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면 똑같은 장면이어서는 안된다.”며 “처음에 좀 빨리 하다가 늦추고 다시 빨리하는 리듬의 장치를 음악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74쪽).

그뿐인가.지은이의 섬세한 안테나에는 “그림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에스프리를 만들어내 시의 영역을 확장”(119쪽)한다는 ‘산정묘지’의 시인 조정권,“화가나 음악가들이 터득한 노하우를 보면서 소설쓰기를 돌아본다.”는 서영은(262쪽) 등의 육성이 잡힌다.아울러 신경숙·김영하 등,비교적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스며든 영화의 힘도 만날 수 있다.

문혜원의 작가 탐험의 결론은 무얼까.직접 언급은 않지만 ‘장르간 넘나들기’의 가능성을 찾고 있지는 않을까.시인 박상순의 “형태를 흐트러뜨리고 경계를 지우는 예술”이라는 말은 시사적이다.그런 의미에서 문혜원의 작가 기행도 단순히 인터뷰가 아니라 작품으로 읽힐 만하다.



이종수기자
2003-05-28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