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는 웃기면 그만입니다.‘죄’는 웃기지 못할 때 물어야죠.”

봄 개편에서 토요일 오후 7시라는 황금시간대에 진입한 MBC ‘코미디 하우스’ 녹화 현장에서 박현석(사진·32) 프로듀서를 만났다.조용하고 학구적인 첫 인상과는 달리 박 PD는 상당히 전투적으로 말문을 열었다.KBS2의 ‘개그콘서트’나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에 대항해 코미디 왕국을 재건해야 할 부담감 때문일까.

“물론 부담은 있죠.그러나 저마다의 성격을 살려 다양한 웃음을 주면 되는 거지,누가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원하는 시간대로 옮겨진 데는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코미디 하우스’가 10대 취향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종합선물상자’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코미디 하우스’의 특징은 풍자와 시사비평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는 것.대담한 정치풍자로 화제를 모은 ‘삼자토론’이나,어린이 동화를 냉소적으로 비꼬는 ‘등급동화’,뉴스의 사실성이라는 권위를 의심하는 ‘역사뉴스’ 등등.이번에신설되는 ‘꽃보다 남자’‘NO 브레인 서바이버’도 마찬가지다.박 PD는 “결국 거의 모든 코너들이 기존의 권위를 조롱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시사비평이나 풍자는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어떻게든 웃겨보려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MBC 코미디의 특장점은 바로 드라마성에 있어요.개그맨들이 ‘테마게임'처럼 연기를 하면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전통이,다른 방송사들의 캐릭터성 강한 코미디들과 차이나죠.”박 PD는 “말장난으로 한순간만 웃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코미디로 30·40대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다.”면서 “그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한편 지난달 30일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있었던 개편 이후 첫 녹화에서는 간판코너인 ‘삼자토론’이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로 여전히 웃음을 이끌어냈다.개그맨 김수미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팝을 판소리 창법으로 불러내는 ‘팝소리 한마당’과 ‘NO 브레인 서바이버’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채수범기자 lok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