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종달새

[길섶에서] 종달새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2003-03-21 00:00
수정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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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들녘엔 보리 잎이 푸른 물결을 이루고,종달새는 하늘 높이 솟구치며 “지리 지리 지리리…” 하고 울었다.총각들은 탁 트인 논에서 “이랴 이랴,워어 워어…” 하며 황소를 부려 쟁기질을 하고,처녀들은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산기슭에서 나물을 캤다.지금은 아스라한 유년시절 고향의 봄은 이랬다.

하지만 20살 무렵 찾은 고향의 봄은 변해 있었다.젊은이들은 도시로,공장으로 떠났고 들판은 텅 비었다.“마을 앞에 개나리꽃 피고/뒷동산에 뻐국새 우네/허나 무엇하랴 꽃피고 새만 울면/산에 들에 나물 캐는 처녀가 없다면///시냇가에 아지랑이 피고/보리밭에 종달새 우네/허나 무엇하랴 산에 들에/쟁기질에 낫질 하는 총각이 없다면…”(김남주의 ‘나물 캐는 처녀가 있기에 봄도 있다’에서)

얼마전 다시 찾은 고향의 봄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종달새가 지저귀며 공중제비를 치던 보리밭엔 4차선 도로가 사방으로 나 있고,봄처녀들이 나물 캐던 산기슭엔 가든,카페,모텔이 줄지어 섰다.종달새는 간 데 없다.

김인철 논설위원

2003-03-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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