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새정부의 도시문제 의식

[열린세상] 새정부의 도시문제 의식

이규목 기자 기자
입력 2003-03-11 00:00
수정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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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 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인가를 판단해 내기란 쉽지 않다.도시환경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복잡한 데다 이를 인식하는 개인이 각계각층이기 때문이다.새로운 대통령에 의한 새 정부가 들어섰다.이제 그 정책결정자들의 문제의식에 따라 우리 시민의 삶의 질 개선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때 그들이 무엇을 도시환경의 중요한 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한 개인이나 집단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태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발생한다고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띤다.특히 도시환경과 삶의 질에 관한 문제는 개인에 따라,그 경험에 따라,계급 집단 소득계층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다.’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누구의 문제’로 생각하는가 여부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예컨대 불량지구의 재개발아파트의 경우 그곳에 입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환경에 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거기서 쫓겨난 사람들에게는 거주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된다.

1960년대 어느 서울시장은 개발만이 도시문제 해결의 최선의 방안이라고 하여 돌격시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경우가 있었다.당시 시청 앞에는 ‘도시는 선이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시장은 차량 통행을 위한 도로의 개설에만 전심전력했다.청계고가도로는 그때 생긴 것이다.이로부터 30년이 지난 1990년대 후반에는 도시 속에서 보행환경의 개선이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걷고 싶은 거리,문화의 거리,역사 탐방로,조망거리 등 고건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일련의 보행환경개선사업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대변한다.이때는 시민단체가 소극적으로나마 참여하기는 했지만,과연 보행환경의 개선이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도시문제였는지는 확인된 바 없었고,사실상 차량동선 중심의 도시구조 때문에 공간적 여유가 거의 없는 실정에서 이 또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다.이제 이명박 시장으로 바뀌면서 청계천의 복원에 모든 역량을 걸었으니 과연 이것이 도시문제를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를지,그래서 이것이 도시문제 해결의 하나의 성공사례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도시환경의 문제가 시민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면 현안의 환경문제가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얼마나 유해한가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또한 그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조치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실하고 위급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따라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전문분야의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역설해도 시민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따라서 대처방안도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이때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참여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시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되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입장은 도시환경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앞서 가는 시각을 취해야 할 것이다.이미 우리 시대의 키워드로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생태도시’ 등의 용어가 친숙하지만 이 패러다임을 실천하는 방안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앞으로 정부에서누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도시환경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지 궁금하다.정확하고 정직하게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실천에 대한 신념을 가진 유능한 행정가가 새로운 정부의 해당 부서 책임자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새 정부가 진보와 변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러한 환경친화적 패러다임의 인식에 투철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어 실망스러우나,어쨌든 현 정권이 우리 도시환경과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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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규 목
2003-03-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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