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해야할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인과 국민 등 경제주체들을 안심시키고,외국인투자자들을 붙들어매는 일입니다.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의 비전과 의지를 이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이를 미룰 경우 향후 경제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인 김진표(金振杓)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9일 기자와 만나 “앞으로 5월까지 3개월여동안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또 법인세율 조정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실효세율이 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세율을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일의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를 위해 이날 청사로 출근한 김 부총리를 만나 최근의 경제상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 경제상황을 진단한다면
검은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는 형국으로 보면 된다.소낙비가 퍼붓지는 않고 있으나,언제 퍼부을 지 불안하다.햇볕이 다소 비치고 있어 검은 먹구름을 걷어 낼 것으로 바라고 있으나,예단할 수 없다.
●올들어 국내 경기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론이 비관론쪽으로 바뀌고 있는 원인은.
가장 큰 이유는 미-이라크전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이래저래 늦춰지면서 유가가 급등해 우리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유가급등→물가상승→소비및 투자감소→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순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느낌이다.실제 각종 경제지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3.9%로,4%대까지 육박하고 있다.게다가 설비투자도 무려 -7.7%까지 떨어지는 등 조짐이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이라크사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반기내에 제거되더라도 하반기에는 북핵사태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와 카드연체율 등도 심각한 수준인데.
우려되지만 섣불리 가계대출 억제 등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기는 이르다.조금 더 추이를 봐가며 대응해야 한다.가뜩이나 소비·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도 대외변수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경제상황이 나쁠때는 단기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실천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비전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당장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안해 하고 의심하는 기업,(한국을)떠나려는 외국투자자’를 안심시키는 일이 급선무다.이를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영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최대한 풀고,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경영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최근 SK글로벌-JP모건 이면계약 등으로 SK그룹 계열사 전체가 시장의 불신을 받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불투명한 거래에서 비롯됐다.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행위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도 시장환경을 조성하려는 일환이다.
●법인세율 단계적 인하 방침도 시장환경 조성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지금 세계는 조세 인하 경쟁의 시대다.전에도 여러번 얘기했지만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을 22%에서 최근 2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반면 우리나라는 27%다.이런 상황에서 누가 우리나라에 투자하려고 하겠는가.그래서 이들에게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중·장기적인 플랜을 밝혀두자는 일환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꺼낸 것이다.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싱가포르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부총리의 법인세 단계 인하 방침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았나.코드(code)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노 대통령의 언급은 대기업에게만 이득이 되는 법인세율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 원칙을 밝힌 것이다.노 대통령과 시각차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앞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해 나가되,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실효세율이 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
●어느 때보다 경제부처간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앞으로 현안이 생길때 마다 자주 만나 토론과 협의를 통해 조율해 나갈 생각이다.실물부문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 등 재계와 수시로 만나 현안을 챙겨보려고 한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으로 기업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공정위의 6대 기업집단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기업의 편의를 위해 사전예고제를 도입한 데 따른 것으로,기업들도 큰 불만이 없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다만 하필 새 정부 출범과 때맞춰 발표하다보니 조사를 받는 쪽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분명한 것은 ‘재벌길들이기’ 등의 성격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 주병철·사진 김명국기자 bcjoo@
새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인 김진표(金振杓)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9일 기자와 만나 “앞으로 5월까지 3개월여동안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또 법인세율 조정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실효세율이 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세율을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일의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를 위해 이날 청사로 출근한 김 부총리를 만나 최근의 경제상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 경제상황을 진단한다면
검은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는 형국으로 보면 된다.소낙비가 퍼붓지는 않고 있으나,언제 퍼부을 지 불안하다.햇볕이 다소 비치고 있어 검은 먹구름을 걷어 낼 것으로 바라고 있으나,예단할 수 없다.
●올들어 국내 경기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론이 비관론쪽으로 바뀌고 있는 원인은.
가장 큰 이유는 미-이라크전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이래저래 늦춰지면서 유가가 급등해 우리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유가급등→물가상승→소비및 투자감소→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순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느낌이다.실제 각종 경제지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3.9%로,4%대까지 육박하고 있다.게다가 설비투자도 무려 -7.7%까지 떨어지는 등 조짐이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이라크사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반기내에 제거되더라도 하반기에는 북핵사태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와 카드연체율 등도 심각한 수준인데.
우려되지만 섣불리 가계대출 억제 등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기는 이르다.조금 더 추이를 봐가며 대응해야 한다.가뜩이나 소비·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도 대외변수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경제상황이 나쁠때는 단기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실천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비전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당장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안해 하고 의심하는 기업,(한국을)떠나려는 외국투자자’를 안심시키는 일이 급선무다.이를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영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최대한 풀고,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경영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최근 SK글로벌-JP모건 이면계약 등으로 SK그룹 계열사 전체가 시장의 불신을 받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불투명한 거래에서 비롯됐다.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행위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도 시장환경을 조성하려는 일환이다.
●법인세율 단계적 인하 방침도 시장환경 조성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지금 세계는 조세 인하 경쟁의 시대다.전에도 여러번 얘기했지만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을 22%에서 최근 2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반면 우리나라는 27%다.이런 상황에서 누가 우리나라에 투자하려고 하겠는가.그래서 이들에게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중·장기적인 플랜을 밝혀두자는 일환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꺼낸 것이다.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싱가포르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부총리의 법인세 단계 인하 방침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았나.코드(code)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노 대통령의 언급은 대기업에게만 이득이 되는 법인세율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 원칙을 밝힌 것이다.노 대통령과 시각차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앞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해 나가되,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실효세율이 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
●어느 때보다 경제부처간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앞으로 현안이 생길때 마다 자주 만나 토론과 협의를 통해 조율해 나갈 생각이다.실물부문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 등 재계와 수시로 만나 현안을 챙겨보려고 한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으로 기업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공정위의 6대 기업집단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기업의 편의를 위해 사전예고제를 도입한 데 따른 것으로,기업들도 큰 불만이 없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다만 하필 새 정부 출범과 때맞춰 발표하다보니 조사를 받는 쪽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분명한 것은 ‘재벌길들이기’ 등의 성격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 주병철·사진 김명국기자 bcjoo@
2003-03-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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