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몸살...부동산 값 뛰고 거래는 뚝… 행정수도 ‘명암’

충청 몸살...부동산 값 뛰고 거래는 뚝… 행정수도 ‘명암’

입력 2003-03-04 00:00
수정 200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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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까지 행정수도 후보지를 선정키로 한 충청권에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과 자치단체가 이를 크게 반기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부동산 가격도 여전히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하지만 토지거래허가지역에 이어 최근에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이자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32평아파트 4000만원 올라

“조만간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속출할 겁니다.” 행정수도 후보지의 하나인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 사는 이순기(55)씨는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묶인 뒤 부동산 중개업소가 두곳이나 문을 닫았다.”며 “땅 보러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대선 직후 대지든 임야든 가리지 않고 동이 났지만 지금은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세곳이던 이곳의 중개업소가 20여곳으로 늘었지만 현재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대선 직후 이 일대 땅값이 30% 정도 뛰면서 업소마다 월 3∼4건씩 거래가 이뤄지던 것과는 딴판이다.장기면,연기군 금남면,충북 청원 오송 등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들과 가깝고신도시 조성이 한창인 대전 유성구 노은 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W부동산의 김모(44·여)씨는 “지금 ‘아파트를 팔아도 괜찮냐.’고 문의전화만 올 뿐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이곳도 32평 아파트가 대선을 전후해 3000만∼4000만원 올랐다.

●행정수도 환영·거부 엇갈려 대전·충남 시민단체들이 최근 ‘행정수도이전 범국민연대’를 만들었다.충북지역도 같은날 ‘행정수도이전 충북범도민협의회’를 출범시켰다.충북 충주대,강원 상지대,경북 동양대,경기 한국관광대 등 20개대 총학장들은 ‘중부내륙권 대학 총·학장 협의회’를 구성하고 행정수도 유치 방안에 힘을 모으기로 하는 등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대전시장과 충남·북지사는 지난 1월 행정수도 유치를 위해 공동 협력키로 약속했으나 실제 공동노선을 취할 리는 만무하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정반대 분위기도 없지 않다.“노무현을 찍은 내 손가락이 원수다.” ID가 ‘아직도’인 네티즌이 대전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그는 “두달새 아파트 값이 4000만원 정도 올라 집을 살 엄두를못내고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 홈페이지에는 ‘없는’ 사람들의 하소연이 가득하다.‘김미연’이란 주부는 “전세를 구하러 다니는데 며칠 사이에 전세값이 1000만원씩 쑥쑥 오르고 다가구 주택,단독주택 전세도 부르는 게 값”이라며 “나 같은 서민은 너무 서럽고 기가 막혀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청약예금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소작 준 땅 내놔

대전 유성구 죽동에서 논 800여평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60)씨는 최근 토지 주인으로부터 “농사를 그만 지어라.”라는 일방통보를 받았다.3년간 논을 부쳐온 이씨는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황해하고 있다.행정수도가 옮겨오면 작물 보상을 노리고 직접 농사를 지으려는 농지 소유주들의 속셈이다.

●충남도청 후보지 선정도 미뤄

충남도는 도청 이전 후보지 선정을 행정수도 후보지가 결정된 뒤로 연기했다.도청 유치전은 무려 12개 시·군이 각축을 벌이며 극심한 지역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뜨거운 감자’인 도청 이전을 행정수도와 연계해 결정하겠다는 게 충남도의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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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이천열기자sky@
2003-03-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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